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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집에서 두 번째 겨울을 맞이하며

상기하게 된 지난겨울의 아픔

by 호호동호

낙엽이 울긋불긋 해졌고 바람이 차갑다. 이제 슬슬 겨울 채비를 해볼까?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한겨울이다. 얼어붙은 땅에 삽질도 쉽지 않다.


작은집에서 생활한 지 일 년이 됐다. 여섯 평의 농막에서 살 수 있을지 실험해보고 싶었다. 작년 11월에 입주를 했다. 집이 완성되지 않았지만, 겨울을 앞두고 입주를 더 이상 늦출 수 없었다. 장판이 깔리지 않았던 때는 걸레질을 못했고, 물이 나오지 않던 때는 샤워도 다른 곳에서 하고 와야 했다. 냉장고가 없어 반찬을 아이스박스에 넣어두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겨울이 오기 전에 선택해야 했다. 어느 집에서 겨울을 견딜 것인지. 주머니 사정은 정해져 있고, 기름보일러를 모두 채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겨울은 혹독한 계절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인간을 움직이는 강력한 채찍이 된다. 저 베짱이처럼 사람은 된서리를 맞아봐야 정신을 차린다. 서리 싸다구를 맞고 나서 나는 놀라운 속도로 집을 만들었다.


살고 보니 작은집은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 좋은 점을 꼽으라면 무엇보다 '내 집 생활'이라는 경험을 해보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 재미를 이제껏 모르고 살았다니. 지금껏 거쳐온 임대공간과 차원이 다르다. 공간의 힘. 흔히들 '오늘 추억은 가슴속에 담아둘게'에서 말하는 가슴처럼 낭만적이지만 추상적 장소가 아니라 물리적 성질을 가진 진짜 공간 말이다. '내 집'을 비교적 빠르게 누릴 수 있었던 것은 단연 작은집이었기 때문이다. 작은집을 갖기 위해서는 작은 비용이 필요한 덕분이다. 이게 작은집에 사는 좋은 점 아닐까.


부족한 점은 분야가 몇 가지로 나뉜다. 먼저, 아직 작업을 하지 않아서 생긴 부족한 점. 처마가 없어 비가 오면 바깥에 있던 신발이 젖는다. 비가 오면 바깥에 부려놓았던 물건들을 이쪽저쪽으로 옮겨야 한다. 원인은 게으름. 두 번째로는 작은집 자체가 갖고 있는 한계. 6평이 좁긴 좁다...라고만 말하면 전체를 쉽게 일반화하는 것이니 적당한 말은 아니다. 특정 구역이 좁다. (작은 곳 안에서 또 나름의 구역이 있다는 게 신기한가?) 그건 설계 당시, 가구가 배치되는 것까지 계산에 넣지 않았기 때문 같다. 두 번째 집은 다르려나?


또 다른 집 설계 오류 사례는 이것이다. 요리용 환풍기(후드 팬)를 달지 않았다는 것. 요리 증기를 과소평가했다. 지금까지 살았던 집들은 환기가 너무 잘 되었다. 분명 집안인데 야외인 느낌. 혹은 부엌이 다른 공간과 분리가 되어 있었다. 밥 따로 생활 따로. 요리를 할 때 생각보다 많은 증기가 생긴다. 그들의 탄생은 눈에 보이는데, 곧 눈에서 사라지고 냄새가 되어 집 전체를 가득 채운다. 작은 집은 그들이 쉽게 집안을 차지했다. 부엌 바로 위 다락방에 있는 마주 보는 창문이면 문제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착오였다. 기껏 세상에 나온 요리 증기가 승천할게 아닐 바에야 다락까지 올라가 줄 이유가 없었다. 증기는 다락까지 올라가기 전에 차갑게 식어 집에 똬리를 틀었다.


환풍기를 설치하지 않은 이유, 나름 있었지. 가스레인지가 아닌 인덕션을 쓰기로 했는데, 가스레인지였다면 연소가스 때문에 군소리 없이 설치했겠다. 하지만 요리 증기만 나오는 인덕션이기 때문에 고민을 했다. 요리할 때는 창문 열면 되지라고 쉽게 생각했다. 환풍기 설치로 인한 단열 성능 저하를 생각했다. 추웠던 지난 집들 탓에 나는 단열에 연연했다. 결론은 창문을 열어 환기하며 사라지는 에너지 손실이 환풍기 구멍으로 손실되는 에너지보다 크다. 하지만 여전히 고민은 된다. 환풍기를 설치하려면 벽을 뚫어야 하고, 벽에 구멍이 있다는 것은 내키는 일이 아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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