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편집자님께 사과의 말씀을...)
작가 체험기_ <돼지를 부탁해>의 브런치북 수상 소식은 조용했던 내 일상에 파동을 일으켰다. 수상으로부터 출간까지 6개월. 반년 남짓한 기간 동안 '작가 체험'을 했다. 글쓰기 소재의 부익부 빈익빈이랄까, 이 기간 동안 이런저런 일화가 생겼고, 배운 것들이 있다. 이 일들을 기록해보고 싶다.
(초고를 만든 10개월은 제외하고) 브런치북<돼지를 부탁해>가 책 <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가 되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 12월 초 수상 확정 소식을 듣고 초기에는 아침 5시에 일어나가면서 원고를 완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렇다. 수상의 힘이라는 것이 대단해서, 평생 염원했던 새벽형 인간이 된 것이다. 출판사와 언제까지 보내겠다는 약속을 하니, 진지하게 임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런 부끄러운 원고로 보낸다는 건 죄 없는 편집자님에 대한 테러 같았다.
5분 간격으로 5번 알람을 맞춰도 나는 결국 출근 시간에 알맞게 일어나는 인간인데. 5시 알람에 몸을 벌떡 일으켰다. 난로에 불을 켜고 간단히 세수를 한다. 노트북을 열고 무조건 쓴다. 남들은 새벽에 머리가 맑다고 하는데 나는 전혀 그렇지 않다. 아침에 머리는 돌지 않는다. 머리를 쓸라고 치면 다시 졸음이 밀려온다. 눕고 싶다는 유혹이 점점 커지고, 잠깐만 누울까 하고 누우면 끝이다. 아침 작업은 전날 밤에 수정해둔 원고를 컴퓨터 원고로 옮기는 일이다. 옮기면서 다시 한번 읽게 되고, 보고 있으면 부족한 게 다시 또 보인다.
나의 짝꿍은 이런 나를 보고 내가 '진즉에 작가가 됐어야 한다'라고 했다. 한차례 글을 쓴 뒤, 밝은 아침해를 보며 출근을 했다. 떠오르는 아침해를 보며 이렇게 살면 못할 게 없을 것 같다는 자신감도 솟아났다. 백일 동안 마늘만 먹었다던 조상님처럼 나도 이제 사람이 되는 것일까. 하지만 평생 안 되던 일은 나름의 이유로 평생 유지되는 것이다. '새벽에 일어나 텅 빈 머리로 원고를 써대는 삶'은 금방 사그라들었다. 대략 8번의 원고를 주고받는 동안 나의 몸은 역시 이불속이 알맞다는 삶의 철학이 확고해졌다. 죽으면 영원히 잔다지만, 오늘의 잠은 왜 이렇게 단가.
원고를 편집자님께 보낸 뒤, 다시 돌아오는 원고를 수정고라고 불렀다. 수정고에는 편집자님의 메모가 달려서 온다. 메모는 내용 구성에 대한 의견과 맥락상의 질문이 달려있다. 편집자님과 수정고를 주고 받는 대화는 한편으로는 글 선생님을 만나는 기분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감각적인 독자와 대화를 하는 기분이 들었다. 문단이나 챕터의 위치를 바꾸거나, 없애기도 하며 구성을 조금더 입체적으로 만들어졌다. 문장과 문장사이, 그리고 이야기 흐름 상 빠진 부분에 질문을 주셨고, 답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내용이 매끄러워졌다.
수정고를 받으면 편집자님과 언제까지 다시 보내겠다는 약속을 했다. 마감을 빠르게 잡아도 되고, 천천히 잡아도 된다. 언제 출간을 하겠다는 큰 틀은 정해져있지만, 편집에 있어서는 내 속도에 맞춰주셨다. 나는 속도감 있게 하고 싶은 욕심에 조금 무리해서 날을 잡아본다. 결국 수정은 마감을 앞두고서야 할테니까. 기한을 2~3주로 잡을 때도 있고, 3~4주로 잡을 때도 있었다. 마감이 멀었든 짧았든 마감은 어김없이 돌아왔다. 수정고를 어찌어찌 써서 '보내기'를 누르는 순간, '해냈다'는 자부심이 든다. 그날 하루 작은 성공을 맛본다. 하지만 밤에 다시 열어보는 원고는 나를 좌절케 한다. 원고를 이지경으로 보냈다니.. 편집자님께 또다시 몹쓸짓을 했다는 생각과 난 역시 안되겠다는 자괴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