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도 꽃이다

청춘의 허물을 벗고 부스스 일어나는, 술 익듯 늙은 나와 함께

by 유연구지



길고 긴 터널을 지난 기분입니다.

돌아왔습니다.

내가 나를 만나는데 수십여 년이 걸렸습니다.


뿌연 안갯속 질퍽한 형체를 잃은 거대한 이상은 몸져눕고

착한 여자가 아니라 강한 여자가 되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그 위에서 청춘의 허물을 벗고 부스스 일어나는 늙은 나를 만납니다.

작고 쪼그라들고 빛조차 잃어 희미한 몸뚱이지만,

연륜을 입은 따뜻한 향기가 스멀거리는 가슴이 낯설지만

강한 여자가 되기에 충분한 것 같습니다.


청춘이 버거웠던 날들을 묻어두고

이제 술 익듯 늙은 나와 함께 나는 강한 여자로 잘 살아볼까 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가루이자와 겨울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