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활

불을 질렀소

by 유연구지

불을 질렀소
내가 불을 질렀소
늦가을 들녘같이 잘 메마른 당신의 가슴에

내가 불을 질렀소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르며 불길이 번지오
붉게 타는 내 얼굴에는 미소가 번지오
미소 끝에 차가운 얼음칼이 빛나오



얼음칼은 불길에 이내 일그러지오
불길이 지는 저 먼 들녘 한쪽 끝이 보이오
미소는 곧 사라질 것이오



당신의 가슴에 지른 불이
저 먼 끝에서 검게 재가 되오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된다는

만해의 말이 사실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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