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알바일지 2] 나의 첫 번째 아르바이트
수능이 끝나고, 내가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건 아르바이트였다. 마침 집 가까운 번화가의 문구점에서 아르바이트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았다. 매번 문구류나 헤어핀 같은 걸 사던 제법 큰 문구점이었다. 여기서 일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충동적으로 면접을 봤는데 당장 와서 일을 하라고 했다. 얼떨결에 나의 첫 아르바이트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세상이 호락호락할리가. 알바를 해봤다곤 해도, 엄마 가게에서 음식 서빙을 해본 게 다였다. 제대로 아는 건 아무것도 없는 어리숙한 학생이었다는 거다. 일을 시작했지만 막 수능을 친 어리바리한 고3 아이에게 뭘 가르쳐 주는 사람은 없었다. 고참(?)이라 해봤자 일주일 먼저 들어왔거나, 많아야 한두 달 먼저 들어온 학생들이 다였던 상황이었으니까.
그때 무슨 일을 했냐고? 주요 업무를 한마디로 하면 CCTV! 큰 문구점이다 보니 자잘한 도난 사건들이 많았다. 그걸 지키는 게 나의 임무라고 생각했다. (점장이 그렇게 이야기했던 것 같다) 그래서 가만히 서서 사람들을 관찰했다. 인간 CCTV가 된 셈이지. 눈치껏 물건을 채워 넣거나 정리를 했어야 했는데, 몰랐다. 그저 서서 눈알을 굴리기에도 바빴고, 사람들이 “포스트잇 어디 있어요?”라고 물으면 그걸 답해주는 것만 해도 진땀이 났다.
또 뭐를 했냐면, 그때가 수능이 끝난 시기라 한겨울이었는데 가게 뒤 야외 수돗가에서 찬물로 걸레를 빨았다. 마감이라 전체 청소를 했는데, 제대로 된 청소 도구도 주지 않고 손으로 걸레를 빨아서 바닥을 닦으라고 시켰다. 칼바람이 부는 밤, 야외 수돗가에서 손이 얼어서 빨개진 채로 찬물에 걸레를 빠는 내 모습이 생각난다. 너무 힘들고 추웠지만, 이거라도 잘하고 싶어서 열심히 했다.
그러다 짤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보름 만에 잘렸다. 그쪽에서도 내가 한심했겠지. 일을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생생하다. 정말 추운 날이었고, 곰돌이만큼 커다란 하얀 패딩을 입고 있었다. 아까 받은 하얀 봉투에는 보름 치 일한 돈이 들어있었다. 아마 십몇 만 원이었던 것 같다. 집까지는 걸어서 15분 정도였는데, 그 길에 혹시라도 봉투를 잃어버릴까 봐 겁이 났다. 나에게는 너무 큰돈이었고, 처음 번 소중한 돈이었으니까. 그래서 봉투를 패딩 안주머니에 넣고, 지퍼로 잠그고도, 손으로 꼭 움켜쥐고는 집으로 걸어왔다. 엉엉 울면서.
엄마는 울면서 돌아온 나를 놀라서 맞았다. 엄마는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웃으셨고, 그게 참 이상했던 기억이 난다. 결국 마음을 추스른 나는 이 소중한 ‘첫 알바비’로 맛있는 걸 사서 가족들이랑 함께 먹었다. 그다음에 번 돈으론 (들은 건 있어가지고) 부모님께 속옷을 사드렸던 거 같다.
그렇게 처참했던 나의 첫 번째 알바가 끝났다. 하지만 거기에 굴하지 않는 나는 곧바로 두 번째 알바를 구했다. 바로, 집 앞의 문구점(ㅋㅋㅋ).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왠지 이번엔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던 걸까.
그래서 잘했냐고? 잘했을 리가. 첫 번째 알바로부터 고작 몇 주 지났는데, 사람이 크게 변했을 리가 없다. 그래도 거긴 좀 나았던 게, 이미 베테랑(?)인 언니도 있었고, 나의 단단해진(?) 마음도 있었다. 물론 여전히 어리바리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건 같았지만, 그래도 뭔가를 해야 ‘짤리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아무것도 안 시킨다고 해서 정말 아무것도 안 하면 안 된다는 걸 알았달까.
여전히 할 수 있는 건 없었지만, 눈치껏 수첩 배열이라도 깔끔하게 하려고 했다. 그리고 베테랑 언니가 하는 걸 힐끔힐끔 보면서 배웠다. 어찌저찌 조금씩 나아졌고, 사람들과도 조금씩 친해져서 대학 가기 전, 몇 달 정도 더 일을 했던 것 같다.
처음은 늘 어설프고, 서툴고, 아프다. 하지만 그걸 지나야, 나아지는 순간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