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째 진담
2025년도 벌써 마지막이다. 이맘때가 되면 한 해를 돌아보며 정리하고 기록하는 부지런한 사람들도 있지만 내 경우엔 늘 마음만 먹을 뿐 실행해 본 적은 없다. 그래서 이번 주제를 정할 때 이렇게 제안했다.
2025년 중 타임캡슐에 보관하고 싶은 순간은?
이렇게라도 올해를 한번 돌아보자는 얄팍한 생각에서 시작했지만 막상 떠오르는 순간이 없었다. 타임캡슐에 넣어서 보관할 정도면 기쁘고, 행복하고, 따듯하고, 의미 있는 어떤 순간이어야 할 거 같은데, 분명 그런 순간이 한 번도 없었을 리 없는데,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
핸드폰 달력의 일정을 올해 1월부터 12월까지 찬찬히 살펴보니 그래도 2월에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순간'이 있었다. 내가 10여 년간 활동한 단체에서 '공로상'을 받고 정말 많은 사람들의 축하와 격려와 사랑을 받았던 감사한 순간.
분명 2025 타임캡슐에는 이때를 보관해야 할 텐데 어쩐지 자꾸 망설여진다. 그날의 그 순간에는, 누구에게도 꺼내놓지 못한 아주 복잡한 감정과 생각들이 덕지덕지 묻어있는데 지금까지 잘 정리하지 못하고 내버려둔 탓이다.
그래서 조금 더 평범한 순간들을 다시 떠올려봤다.
오늘부터 운동 시작!
올해 나의 개인 스케줄에는 이 문구가 여러 번 나타났다가 사라졌는데, 그 횟수만큼 나의 운동 결심도 수차례 시작됐다가 흐지부지 멈추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5~6월에는 살짝 자랑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한여름이 찾아오기 전, 런데이 라는 러닝 앱을 통해서 '30분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목표는 30분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는 몸(체력)을 만드는 거였다.
사실 전에도 여러 번 실패한 터라 스스로도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컸지만, 이번엔 어쩐일인지 재미가 붙어서 놀랍게도 7주 정도를 꾸준히 달렸다.
물론 고비도 많았다. 하루 중 아침에 주로 컨디션이 저조한 편이라, 눈 뜨고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나가는데도 매번 큰 결심이 필요했다. 또 처음에는 고작 1분 정도를 뛰면서도 몸은 천근만근에, 무릎은 시큰거리고, 숨이 가빠서 헉헉대기 일쑤였다.
하지만 바람을 맞으며 뛸 때의 기분 좋음, 집에 돌아와서 샤워할 때 느끼는 상쾌함, 런데이 앱에 하나씩 도장을 찍으며 생기는 작은 성취감이 계속해서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아침에 달리기를 하면 오후에 피곤하지 않을까 하는 예상과 달리, 오히려 몸에 활력이 돌면서 오후 업무에도 생기를 얻었다.
하지만 나의 러닝은 목표 달성 2주를 남겨두고 멈춰버렸다. 당시 매일같이 바쁜 일정 때문에 '딱 한 주만 쉬었다가 다시 하자' 라는 유혹에 걸려 넘어졌고, 이후 찾아온 무더위와 비를 핑계 삼아 그렇게 허망하게 끝나버렸다.
하반기에도 다시 여러 번 도전했는데, 이상하게도 예전처럼 꾸준히 이어가기가 어려웠다. 5월의 달리기 경험을 마치 훈장처럼 여기저기 자랑하고 다닐 뿐 그냥 거기까지였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뛰어야 할 이유' 보다 '뛰지 못할 이유'를 계속 찾고 있었나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5년 나의 타임캡슐에는 올해 5, 6월에 달리기를 하던 그 순간을, 그때 내 몸에 전해지던 기분 좋은 감각을, 달리기의 첫 경험을 꼭 담아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