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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 6. 이별 후 재결합/새로운 만남 단계

① 헤어진 연인/배우자를 다시 만나도 될까요?-재결합 성공과 실패의 비밀

by Helping Hands

이별이 있으면 새로운 만남도 있다. 이별 후 충분한 애도 기간과 자기 성찰, 교훈을 얻는 시간을 거쳤다면 이제 새로운 만남을 고려하고 실제적인 준비를 해볼 수 있다. 이때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이 아닌 이전 연인 혹은 배우자와 재결합하는 경우도 있다.


헤어진 사람과 다시 만나면 같은 이유로 다시 헤어진다?!


헤어진 연인이나 전 배우자와의 재결합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제일 많이 듣기도 하고, 마음에 걸려 하는 말이다. 헤어진 사람과 다시 만나봤자 같은 이유로 다시 헤어진다는 것이다.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고, 또 반대로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아 이번에는 더 잘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놀랍게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헤어진 연인과 재결합한다는 연구 결과(Dailey, Pfiester, Jin, Beck & Clark, 2009)가 있다. 445명의 미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에서는 참가자 중 2/3가 연인과 헤어졌다 다시 만나는 관계를 맺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연인에 대해서 사랑이나 이해와 같은 긍정적인 부분은 적게, 커뮤니케이션 문제, 불확실성과 같은 부정적인 측면은 더 많이 보고했다(https://psycnet.apa.org/record/2009-04645-003).


미국의 연구 결과이기는 하지만 이처럼 많은 이들이 이미 한 번 이상 이별을 경험한 상대방과 다시 만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과 안정감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마 이미 나를 잘 알고, 내가 잘 아는 상대방이라는 점 때문일 것이다. 새로운 상대방을 찾기 위해 들어가는 물리적, 심리적 에너지 소모가 상당함을 생각할 때 이미 익숙하고 편안한 상대방에게 다시 돌아가는 것은 상대적으로 품이 적게 들고 만났을 때 어떤 느낌일지, 어떻게 관계가 진행될지 대충 예상이 가능하다. 물론 그 시나리오가 자신이 생각한 것대로 그려지지 않을 수도 있고, 예전에 어긋났던 부분에서 다시 탈이 날 위험부담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전혀 모르는 누군가와 새로 관계를 시작해야 하는 부담에 비하면 덜하다.

또 다른 이유는 전 연인이나 배우자와 헤어진 후 다른 사람을 만나보고 난 후 그 사람만큼 괜찮은 사람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평범함의 행복을 의미한다는 세 잎 클로버처럼 옆에 있을 때는 너무 익숙하고 흔해 보여서 소중한 줄 모르고 특별한 행운의 네 잎 클로버 같은 사람을 찾아 헤맸는데, 막상 그 일상적이고 평범했던 상대방만큼 큰 행복과 기쁨을 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뒤늦게 실감하기도 한다. 새로운 상대방을 만나도 전에 그 사람이 해줬던 말이나 행동, 보여주었던 태도가 자꾸 오버랩되고 그리움이 점점 커진다. 그래서 결국은 예전의 연인이나 배우자를 다시 찾는다.


그 밖에도 사람 자체가 싫어지거나 사랑이 식어서 헤어진 것이 아닌, 상황적 이유나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 헤어졌던 경우에도 재결합을 선택지 중 하나로 고려한다. 상대방이 정말 괜찮은 사람이고 나와도 잘 맞는 것을 알지만 상대방 또는 내가 상황적으로 여의치 않아 관계를 지속하기 어려웠다면 이전 파트너에 대한 미련은 더 크게 남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상황이 나아지면서 재회하고 싶은 마음도 자연스럽게 커진다.



재결합 시 고려해야 할 사항


이렇게 재결합의 이유는 다양하지만, 헤어진 사람과 다시 만나는 데는 그만큼의 부담감도 따른다. 다시 헤어지면 어떻게 하나,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 같은 이유로 또 싸우고 더 상처 받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여러 가지 생각도 함께 든다.


이럴 때 우리는 신중한 검토와 판단 과정을 거쳐야 한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계약서나 사업계획서를 꼼꼼하게 따져보고 고민해서 결정하듯이, 재결합이 가져올 손실과 이익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가장 먼저 할 일은 헤어졌던 이유를 잘 생각해보고 재결합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정리해보는 것이다. 이별의 사유가 되었던 그 문제들이 해결되었는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면 상대방과의 합의나 노력을 통해 풀어갈 수 있는 문제인지 따져봐야 한다. 나와 상대방이 얼마나 변화하고 성숙했는지를 돌아보고 이별의 사유가 되었던 문제가 관계에 있어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인지를 살펴봐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재결합 과정에서 이런 부분에 대해 상대방과도 충분히 대화를 나누고 생각을 공유하며 공동의 이해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재결합과 그 이후의 관계 유지는 나 혼자만 노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므로, 상대방과 같은 속도와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런 노력이 없이 단순히 그저 지금 외롭고 힘들다는 이유로, 혹은 헤어진 상대방이 너무 그립다는 이유만으로 갈등 해결을 위한 과정을 생략한 채 재결합한다면 그 관계는 결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차라리 재결합하지 않고 과거의 아름다운 추억은 추억으로만 남겨두는 것이 서로를 위해 더 좋을 수도 있다.

아울러 과거 이별 사유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난 후 과거에는 문제 되지 않았던 새로운 복병들이 나타날 수 있음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관계라는 것은 하나의 생명체 같아서 늘 변화하고 예측할 수 없는 부분이 발생한다. 예전에 같은 사람과 만났을 때는 생기지 않았던 문제들이 현재의 상황 변화로 인해 문제가 될 수도 있고, 이별 기간 동안 상대방이나 나의 내면 혹은 외연적 조건 등에 변화가 생겼을 수도 있다.


이런 변화들은 내가 다 안다고 생각했던 상대방의 새로운 양파껍질과 같은 층(layer)으로 나타나 나를 당황하게 만들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상대방 역시 나에게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변화나 달라진 나의 모습을 보며 놀라거나 당황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전에 그 사람과 얼마나 오래, 얼마나 깊이 만났든 간에 ‘상대방을 다 안다’고 생각하거나 ‘상대방 역시 나를 다 안다’라고 여기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된다. 이런 비합리적인 믿음이나 기대를 갖고 상대방을 대하면 알만한 사람이 왜 이렇게 나를 몰라주나 하고 쉽게 서운해지거나, 내가 다 안다고 생각했던 상대방이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명심할 것은, ‘같은 사람’과 다시 만난다는 것이 반드시 ‘예전과 같은 관계’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같은 사람과 다시 만났다 하더라도 지금 그 사람과의 관계는 예전 그 사람과의 관계와 분명히 다를 수 있다. 아니, 달라야 한다.


과거 우리를 이별로 이끌었던 문제들로 다시 회귀하지 않으려면 전보다 배로 더 노력하고 관계에서의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항상 각성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익숙한 습관과 언행들이 관계를 어그러지게 했던 못된 얼굴들을 하고 다시 나타나 그 사람과 나 사이를 갈라놓는 훼방꾼 역할을 할 것이다.




헤어졌던 회사/커리어와 재결합해도 될까요?


진로와 커리어의 세계에서도 이런 재결합은 생각보다 빈번하게 일어난다. 퇴사했던 회사에 재입사하거나, 이 바닥에 질렸다고 학을 떼고 다시는 발 들이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이전 커리어에 다시 들어서기도 한다. 물론 이별을 결심했을 때는 다시 그들과 만날 생각이 추호도 없었을 것이다. 헤어지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이놈의 회사, 엉망진창 주먹구구인 이 업계, 내 가치도 몰라주고... 내가 다시는 오나 봐라’하고 이별을 결심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이유가 무엇이었든 간에 놀랍게도 재결합을 고민하는 때가 찾아온다. 퇴사한 이전 직장에서 다시 재입사를 권유하거나 얼어붙은 시장 경기에 마땅한 이직/전직 자리를 찾기 어렵거나, 회사나 업계, 커리어 자체의 문제보다는 건강, 학업, 가족 문제 등 개인적인 사유로 떠났던 상황 등 다양한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진로/커리어에서 재결합의 이익과 리스크

퇴사한 회사에 다시 들어가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을 물어보면 아마 십중팔구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라는 답을 해줄 것이다. 헤어진 연인이나 배우자를 다시 만나기를 말리는 것처럼, 이미 그만둔 적이 있는 회사에 다시 들어가 봤자 좋을 게 없고 고생만 하다가 결국 같은 이유로 다시 나올 거라는 것이다.

당신은 이 조언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답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아니 Yes or No라는 50대 50 확률의 게임에서 무슨 그렇게 뻔한 말을 하느냐고, 그건 나도 할 수 있는 말이라고 혹시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가?


당신 생각이 맞다. 어차피 답은 둘 중 하나인데, 무슨 그런 당연한 소리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이 답을 Yes로 만들지 No로 만들지는 그 과정을 어떻게 해결해 가는가에 달려있다.


나는 이 바닥을 왜 뜨려고 했을까?


헤어진 연인이나 배우자를 다시 만날 때 헤어진 이유를 평가하고 그것이 해결되었는지, 또는 해결되지 않았더라도 상호 노력에 의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진로와 커리어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전에 해당 진로나 커리어를 떠났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를 명확하게 정리하고, 그것이 현재는 어떤 상태인지를 먼저 평가해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이전 직장에서 상사나 대표와의 갈등으로 인해 퇴사했다고 가정해보자. 이전 상사가 퇴사했거나 부서 이동을 해서 더 이상 마주칠 일이 없다면 그 갈등은 해결되었다. 그러나 만약 대표와의 갈등이 있었던 경우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대표는 회사를 그만둘 일이 없다. 아주 장기간 해외에 나가 있거나 후계자에게 회사를 물려주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상황이 아니라면 말이다. 이런 경우 대표와 갈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입사한다면 오래 버티기가 힘들다. 운이 좋아서 이전에 경험했던 갈등에 관해 서로 속 시원히 터놓고 이야기했고, 합의점을 찾았다면 좀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대표의 성향이 잘 바뀌지 않고 예전에 부딪쳤던 지점에서 다시 갈등이 예상된다면 재입사가 좋은 답일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익숙한 것은 정말 언제나 익숙한 모습을 하고 있을까


물론 이전의 진로나 커리어를 다시 찾는 데는 이점이 있다. 새로운 영역을 탐색하고 새로 시작해야 하는 부담감과 막막함,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 경제적 부담,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일과 사람들에 익숙해지기까지 들어가는 에너지 등을 고려했을 때 이미 잘 아는 사람들, 익숙한 업무와 환경은 달콤한 유혹일 수 있다. 하지만 헤어진 진로/커리어 영역과 재결합하려는 이유가 단순히 이런 익숙함과 편안함이 전부라면 그 결심을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익숙하고 잘 아는 영역, 업무, 조직이라고 해도 예전에 내가 그 일을 하고, 그곳에 있었던 당시와 현재의 상황이 100% 동일할 수는 없다. 잘 안다고 생각했던 업계, 업무, 조직에서도 새롭게 배우고 적응할 부분들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전에 근무했던 회사에 다시 재입사하더라도 업무가 달라지거나,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바뀌었거나, 직급이 바뀌어 감당할 역할이 달라지거나, 근무 환경이 달라지는 것과 같은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이런 부분들을 사전에 충분히 염두에 두지 않고 모든 것이 예전과 같을 것이라고 가정했다가는 생각지 못한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이 나를 다시 찾는 이유에 대해서도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정말 내 능력이 뛰어나고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인물이라고 생각해서 재결합을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총체적 난국인, 어쩌면 내가 떠났을 때보다 더 악화 되었을지 모를 상황을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해줄 누군가가 필요해서인지 평가해보길 바란다. 후자라면 고민 끝에 선택한 재결합에서 나는 이전보다 더 고생하고 더 힘들게 더 빠른 시일 내에 또 한 번의 이별을 경험할 수도 있다. 또, 재결합을 위한 조건도 잘 검토해 보아야 한다. 재결합을 시도할 때는 직급이든, 연봉이든, 근무조건이든 어느 것 하나라도 예전보다 나아진 것이 있어야 한다. 예전과 같은 조건 혹은 더 못한 조건에서의 재결합이라면 나는 그저 '쉬운 상대' 또는 '갈 곳이 없어 다시 돌아온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다.


아직 경험하고 성장하고 싶은 분야라면


이전에 해당 진로/커리어 영역을 떠났던 이유가 진로나 커리어 자체에 관련된 이슈보다는 상황적인 이유에 의한 것이었다면 재결합을 시도하는 것이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업무나 회사 자체는 마음에 들었지만 가족 병환으로 간병을 위해 일을 계속할 수 없었다든지 육아나 건강상의 이유로 잠시 커리어 세계를 떠나야 했던 상황 등이다. 이런 경우라면 아직 성장 욕구가 있고 충분히 경험해보지 못했다고 생각해서 아쉬움과 미련이 남아있는 이전의 진로/커리어 세계로 돌아가는 것이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해당 분야나 조직, 업계에서 충분히 더 경험을 쌓고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결합 후에도 잘 사는 사람들, 혹은 새로운 만남이 필요한 사람들


주위를 둘러보면 헤어진 연인이나 배우자와 다시 만나서 연인관계를 잘 유지하거나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반대로 어떤 사람들은 재결합 후 같은 문제로 다툼을 반복하다가 결국은 서로에게 더 큰 상처를 남긴 채 헤어진다. 또, 어떤 사람들은 헤어진 연인이나 배우자에게는 일말의 미련도 남기지 않고 혼자 지내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


사람마다, 이별의 이유에 따라, 각자의 상황과 환경에 따라 이별 후 가장 좋은 선택이 무엇이 될지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든 중요한 것은 이별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충분히 잘 다루었는가 하는 것이다. 특히 헤어진 전 연인이나 배우자를 다시 만남에 있어서는 이 과정이 어렵게 이어진 재회가 성공으로 마무리되느냐 아니면 더 크고 아픈 실패로 남느냐를 좌우한다.


진로와 커리어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별의 경험이 있는 진로/커리어 영역에 다시 발을 들일 때에는 이전에 내가 이별을 고했던 이유를 명확하게 되짚어보고, 그 이슈가 충분히 해결되었는지, 혹은 해결할 수 있는지를 잘 살펴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재결합은 나와 상대방(회사, 업무, 이해관계가 엮인 개인 등이 될 수 있다) 모두에게 다시 안 만나는 것이 더 좋았을 뻔했던 안타깝고 씁쓸한 만남으로 기억될 수 있다.

불안한 마음에, 당장의 외로움으로, 새로운 만남에 대한 부담감과 익숙하고 편안한 곳으로 돌아가 안주하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하는 재결합은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없다. 새로운 연인과의 만남이든, 헤어진 전 연인과의 재결합이든 모든 관계에서는 시간과 노력, 정성이 요구된다. 세상에 저절로 되는 것은 없다.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연애든 결혼이든, 진로든 커리어든, 재결합이든 새로운 만남이든 우리는 늘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투자와 몰두’를 위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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