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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 5. 이별/ 관계 지속 단계

① 권태기와 전환기- 새로운 결심과 과거로부터의 학습

by Helping Hands

권태와 회의가 찾아오는 시기


연애나 결혼생활을 어느 정도 유지한 시점에 한 번씩 찾아오는 위기가 있다. “계속 이 사람과 함께 할 수 있을까? 헤어져야 하나?”라는 고민이 드는 것이다.


데이트할 때마다 비용을 나에게 부담시키거나 시간 약속에 매번 늦는 연인, 양말을 항상 뒤집힌 채로 빨래통에 넣어두거나 밥 먹고 나서 설거지 한 번을 안 하는 배우자, 나의 가치관이나 철학을 이해하고 공감해주지 못하는 연인이나 배우자 등등. 말하기도 치사하고 애매한 사소한 문제부터 요단강을 건넌 것 같은 큰 문제까지 오랜 시간 함께 해 온 연인 또는 배우자와의 이별을 생각하도록 하는 이유는 수도 없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익숙함, 편안함이라는 장점만큼이나 연인이나 배우자의 매력은 반감되는 것 같은 권태기가 찾아온다. 그리고 그 매력의 반감기는 어째 시간이 갈수록 더 짧아지는 것 같다.


이때는 단순히 ‘콩깍지가 벗겨졌다.’ 정도가 아닌, ‘내 앞으로의 삶을 이 사람과 함께 해도 괜찮을까’하는 근본적인 질문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동시에 함께 한 시간과 추억, 그래도 아직 마음 어딘가 조금은 남아있던 것 같은 애정과 미운 정이 발목을 잡는다. 헤어지는 것과 함께하는 것 사이의 기회비용, 위험부담을 가늠해보며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시나리오를 돌려본다.



우리는 정말 헤어지고 싶은 걸까


이렇게 관계에서의 권태와 회의가 찾아오는 시기에는 “잠시 시간을 갖자.”라든가 “우리 헤어지자.”라는 말들이 자주 오간다. 연애 혹은 결혼 초반이나 둘 사이의 관계가 좋았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크고 작은 다툼도 잦아지고, 결혼한 부부라면 “이럴 거면 이혼해!”라고 하는 반협박 반진심이 섞인 엄포도 종종 등장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시간을 갖자거나 헤어지고 싶다는 말들이 정말 이별을 원함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연애나 결혼에서 상대방과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나빠졌거나 신뢰가 무너진 상태에서 이런 말들이 오갔다면 그건 경우가 다르다. 그러나 많은 경우 이런 말들은 정말 이별을 실제로 결심하기 전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변화를 촉구하기 위한 호소 혹은 최후통첩으로 사용될 때가 많다.


내가 상대방에게, 혹은 상대방이 나에게 원하는 것이 있는데 이미 여러 번 표현했고 행동적, 가시적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여전히 예전과 같은 모습일 때 날리는 강력한 최후의 한 방과 유사하다. 그리고 이런 경고가 한 번, 두 번 누적되고도 바뀌는 것이 없으면 결국 삼진 아웃되고 마는 것이다.



함께 하거나 헤어지거나


이런 과정을 거쳐 우리는 연애와 결혼을 지속하거나 이별을 선택한다. 결혼의 경우 연애에 비해 그 과정이 훨씬 어렵고 오래 걸릴 수 있으며 고려사항이 더 많을 것이다. 어떤 선택이 되었든, 함께 하는 관계에서든 각자의 길을 가기로 한 관계에서든 각자의 안녕과 행복에 가장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선택을 하는 것이 핵심이다.

관계적 갈등이나 상황적 난관 등을 잘 해결하고 건강하고 행복한 연애, 결혼을 지속할 수 있다면 더 바랄 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때로 우리는 관계 자체를 지속하는 것이 목적이 되어 두 사람 모두 혹은 한 사람에게 독이 되는 관계(toxic relationship)를 지지부진 끌고 가기도 한다. 이럴 때는 시간이 지날수록 건강하지 못한 관계로 인한 결과는 더 파국적이고 부정적이다.



졸혼이든 비혼이든, 이혼이든 결혼이든


한동안 ‘졸혼’이 새로운 사회적 현상으로 많은 이목을 끌었던 시기가 있다. 졸혼은 주로 이미 수십 년간 결혼생활을 지속한 황혼기나 노년기 부부들이 이혼은 하지 않은 상태에서 각자 살며 그 삶을 존중하는 삶의 형태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졸혼이 노년 부부뿐만 아니라 결혼생활에 회의를 느끼거나 싱글 시절과 같은 자유로운 삶을 그리워하는 젊은 세대들에게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졸혼만큼이나 20~30대 사이에서는 비혼에 대한 인식이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결혼 적령기’라는 개념 자체도 희미해지고 결혼이 필수라고 생각했던 기성세대와 달리 결혼이 반드시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고 여기거나 결혼하지 않는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는 결혼으로 인한 육아, 경력단절, 경제적 부담, 시가나 처가에 대한 의무, 자유로운 삶에 대한 갈망 등 다양한 요인이 존재한다. 무엇보다도 ‘둘이 하는 삶’이 ‘혼자로서 삶’보다 반드시 나으리라 여기지 않는 생각에 기저에 자리하고 있다.


졸혼이든 이혼이든, 결혼이든 비혼이든 중요한 것은 혼자로서든 둘로서든 온전하고 충만한 삶을 사는 것이다. 또, 이별을 선택하고 난 후에는 새롭게 다가올 미래의 인연을 위해 자신을 잘 정비하고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학습하며 더 건설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진로/커리어의 권태기 혹은 전환기


진로나 커리어 역시 연애나 결혼처럼 전환기가 찾아온다. 차이가 있다면 연애 혹은 결혼(특히 결혼) 보다 이별과 새로운 만남에 대한 자유도가 높다는 것이다.


연애 혹은 결혼생활과 마찬가지로 진로나 커리어 영역에서도 권태와 회의가 찾아오는 시기가 있다. 이는 매너리즘, 번아웃 증후군, 직장 우울증 등 다양한 얼굴을 하고 찾아온다. 또는 그냥 매일 반복되는 하루가 너무 의미 없고 지루하다는 느낌, 그 어떤 것에도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무쾌감증(anhedonia: 안헤도니아)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하고 있는 일이 문제인지, 회사가 문제인지, 사람들이 문제인지 혹은 내가 문제인지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그러면서 남을 것인가 떠날 것인가를 고민하는 날들이 늘어간다.


하지만 진로나 커리어라는 것이 생계와 직결되는 현실적인 영역이다 보니 막상 결정 내리기가 쉽지는 않다. 고민이 계속되는 사이 어느새 며칠, 몇 달, 혹은 몇 년이 흘러 있기도 하다.


사람마다 그 고민의 기간이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이윽고 새로운 진로나 커리어 전환을 맞아야겠다는 결심이 서고 나면, 그 후에는 과연 누구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할 것인가 하는 육하원칙에 의거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사실 이런 질문은 진로나 커리어 전환을 결심하기 전부터 이미 쭉 해왔을 가능성이 높다.



인간은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학습한다


개인마다 성향에 따라 혹은 업무, 직종, 근무방식 등에 따라 한 분야 또는 조직에서 장기간 근무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단기간에 여러 곳에서 다양한 일들을 경험하는 사람도 있다. 둘 중 ‘누가 맞고 누가 틀리다.’라고 하기는 어렵다. 단지 어떤 일, 어떤 곳에 더 어울리고 잘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인지, 어떤 곳에서 더 선호하는 사람인지에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


전자의 경우 장기근속하고 이직이나 퇴사를 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 해당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가진 사람을 찾는 조직에 더 적합하고 선호할만한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후자의 경우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통합적, 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창의적인 분야, 새로운 시장 혹은 분야의 전환이 빠른(fast-paced) 곳에 더 맞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연애할 때 많은 사람을 만나본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며, 그 모든 관계가 다 도움이 된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그러나 많은 사람을 만나보며 경험이 축적될 때의 장점은 그런 시행착오를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더 알아가고, 연애나 결혼에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연애 전에는 미처 몰랐던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되기도 하고, 예전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생각보다 자신에게 큰 비중을 차지함을 깨닫기도 한다. 이런 경험을 통해 학습하면서 우리는 조금씩 레벨업 하는 것이다.


진로와 커리어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커리어 경험이 쌓이고 사회생활의 연차가 늘어가면서 우리는 진로, 커리어에서 자신에게 무엇이 중요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더 확실히 알게 된다. 그리고 이런 기준을 진로/커리어 전환 시기에 잘 정리 및 적용해 이전의 진로나 커리어에서 겪었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나와의 합이 최적화될 수 있을 만한 영역, 업무, 근무 형태, 처우 등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진로/커리어 전환 시기에 어떤 기준을 가지고 선택해야 하는지 난감해한다. 오랜 기간 자격증이나 공무원 시험 등을 준비하다가 회사에 지원하는 것으로 진로를 변경한 경우든, 1~2년 신입사원으로 근무하고 중고 신입으로 재입사하는 경우든, 중견 대리로 근무하다가 새로운 영역으로 커리어를 전환하는 경우든, 정년퇴직 후 새로운 삶을 꿈꾸는 경우든 이런 고민은 모두 해당된다.


그렇다면 이런 새로운 선택과 출발의 기로에서 도움이 될만한 구체적인 방법이 있을까?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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