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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 4. 연애/결혼 단계

③ 밀당의 노하우 - 효과적 싸움을 위한 T.P.O별 연장 고르기

by Helping Hands

주도권 싸움과 이겨야 한다는 강박


연애나 결혼생활을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이 겪는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주도권 싸움’이다. 잡을 것인가 잡히고 살 것인가. 연애나 결혼 모두 대등한 관계를 전제로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미묘한 힘겨루기와 관계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자유롭지 못할 때가 많다. 그리고 주변의 많은 사람 역시 한결같이 초장에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며 바람을 넣는다. 그래서 주도권이니 뭐니 아무 생각이 없던 사람도 갑자기 정신 바짝 차리고 이 ‘전투’에서 승리해야 할 것만 같은 비장한 사명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왕 시작한 싸움이라면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소명 의식 혹은 강박은 서서히 우리의 마음을 잠식한다.



싸움을 위한 싸움


주도권 다툼 외에도 연애나 결혼에서 무수히 겪게 되는 크고 작은 다툼과 갈등은 관계를 악화시키기도 하지만 반대로 더 견고하고 끈끈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갈등의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대처방식에서의 차이로 인한 경우가 많다. 실제 부부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이혼율을 예측하는 요인으로 갈등의 존재 여부가 아닌, 그것을 어떻게 다루고 파트너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다툼이 있을 때 ‘항상’, ‘언제나’, ‘늘’과 같이 상대방의 잘못된 행동을 일반화시키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갈등 상황에서는 감정 조절이 쉽지 않기 때문에 마음에 없는 말이나 과격한 표현을 많이 하게 된다. 또, 상대방과의 의견 차이가 있을 때 타협하거나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해주면 지고 들어간다는 느낌에 때로는 자신이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도 주장을 굽히지 않을 때가 있다. 그래서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야 하는 사태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이때는 싸움이 발생한 최초 원인은 더 이상 안중에 없고, 말 그대로 ‘싸움을 위한 싸움’을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호미라고 다 같은 호미가 아니다- T.P.O별 연장 고르기

그렇다면 호미로 막을 일을 호미로 막는 단계에서 사태가 수습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미 알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호미에도 한 가지 종류가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T.P.O(Time, Place, Occasion-시간, 장소, 상황)에 맞는 호미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외국에서 한류 특산품 중 하나로 호미가 인기를 끌고 있다. 외국에서는 정원 가꾸기(gardening)를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때 호미가 아주 제격이라는 것이다. 삽은 있지만 호미 같은 농기구는 따로 없는 해외에서 호미를 사용해본 사람들이 호미를 극찬하며 인기가 급상승 중이라고 한다. 그리고 호미의 종류도 막호미, 파호미, 마늘호미, 감자호미, 톱날호미, 잔디호미, 조개호미처럼 다양하다고 하니 작물 종류나 토양 상태에 따라 골라서 사용하면 더 효과적이다.


호미만 해도 이렇게 종류가 다양한데, 우리가 연인이나 배우자와 싸우고 화해할 때 쓸 수 있는 연장의 종류 역시 다양해야 하지 않을까? 갈등의 종류와 상황, 연인이나 배우자의 성향 등에 따라 맞는 호미를 사용하면 문제가 악화되는 것을 막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건설적인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싸움을 위해서도 다양한 연장을 준비해놓고 T.P.O에 맞는 것을 골라서 사용한다면 연애나 결혼생활이 훨씬 수월해질 수 있다.



나와 당신의 언어


갈등을 해결할 때 우리는 주로 어떤 방법을 사용할까? 사람마다 성격이나 기질에 따라 문제를 피해 동굴에 들어가는 것이 익숙한 사람(A)도 있고 반대로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B)도 있다. 이런 상반된 두 사람이 연인 혹은 부부가 되었다고 생각해보자.


A는 B가 자신에게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고 당장 이야기하자고 재촉하는 것이 부담스럽거나 위협적이라고 느낄 것이다. 반대로 B는 A가 문제를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도망가는 것 같아서 비겁 혹은 답답하다고 여길 것이다. 양쪽 모두 그렇게 느끼는 것 자체가 틀렸거나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것은 단지 ‘다름’에 의해 발생한 것이며, 그것에 대한 ‘느낌’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각자의 느낌을 절대적으로 옳다고 여기고 상대방에게 자신의 기준에 맞추기를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데서 비롯된다.

Thomas와 Kilman의 갈등관리 이론에서는 갈등 상황에 대한 대처방식을 경쟁, 협력, 타협, 회피, 수용의 다섯 가지로 구분하여 상황에 따라 효과적인 대처방식이 다를 수 있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나에게는 크게 중요한 일이 아니지만 상대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상대방의 의견을 전적으로 수용해주는 것이 효과적인 대응 방식일 수 있다. 또, 당장 해결하기 어렵거나 결론을 내기 어려운 문제에 대해서는 잠시 회피하는 전략을 선택했다가 충분히 숙고를 거치고 어느 정도 방향이 잡혔다고 생각될 때 다른 대처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사람마다 주로 사용하는 대처방식이 다를 수 있고, 많이 사용해보지 않은 방법은 언제,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아직 미숙할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대처 전략을 배우고 연습하여 시간과 장소, 상황, 그리고 상대의 성향이나 대처방식을 고려해서 사용할 수 있다면 갈등이 싸움이 아닌 건설적인 관계를 위한 디딤돌로 작용할 수 있다.

또, ‘다섯 가지 사랑의 언어’ 등을 참고하여 상대방이 좋아하는 표현 방식이 무엇인지를 미리 파악해 놓고 화해가 필요한 순간에 활용하면 효과적이다. 연인이나 배우자가 선물을 좋아하는지 혹은 스킨십을 좋아하는지, 격려의 말이나 편지 등을 좋아하는지에 따라 맞춤형으로 화해의 제스처를 취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상대방을 화나게 하는 ‘빨간 버튼(red button)’이 무엇인지를 미리 확인하고 그런 행동이나 말을 하지 않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연인, 배우자가 좋아하는 것을 해주는 것만큼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도 큰 배려이며 사랑과 관심의 표현이다. 갈등이 생겼을 때 잘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왕이면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평소에 미리미리 관리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은가.




진로/커리어 영역에서의 갈등관리


진로나 커리어 영역에서도 연애, 결혼에서와 같이 갈등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것을 어떻게 해결하는지에 따라 기존의 진로나 커리어를 계속 이어갈지 혹은 새로운 길로 접어들지 달라진다.


이런 상황에서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조율이 필요하다. 즉, 자신과 맞는 부분 혹은 맞지 않는 부분을 파악하고 바꿀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인지, 반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영역은 어디인지를 확인하는 작업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어떤 일을 어디에서 누구와 하든 이런 갈등은 언제나 발생하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그 갈등이 해결 가능한 것인지, 어떻게 다룰 것인지, 누구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등을 면밀하게 살피고 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처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다.


진로나 커리어 영역에서의 갈등은 진로나 커리어의 방향 설계, 인간관계, 업무 자체, 업무방식, 처우에 관한 것 등 다양한 요인이 있을 수 있다. 이때 각각의 경우에 맞는 해결 방식을 잘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 번에 문제가 해결되고 내가 원하는 바를 모두 관철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다. 많은 경우 원하는 해결책에 가까이 가기까지 여러 번의 대화와 협상이 오가고, 상대방과 내가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며 중간지점을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이때 우리는 연애, 결혼 생활에서와 마찬가지로 갈등 이론의 대처 전략을 활용해 사안의 중요도, 상대방이나 나에게 미치는 영향의 정도에 따라 경쟁, 협력, 타협, 회피, 수용 전략 중 어떤 것을 사용할지 선택할 수 있다. 또, 같은 사안이라도 시간의 흐름이나 상황 변화, 상대방의 태도 변화에 따라 한 가지 대처방식에서 다른 방식으로 변화를 모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연봉에 대한 불만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연봉 상승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의 인사 담당자와 면담한다고 가정해보자. 회사가 매우 강경한 입장을 보일 때 지나치게 순응적이거나 저자세를 보이면 그 연봉협상은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이때는 연봉 상승이 필요한 이유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업무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수치 자료, 지난 업무를 정리한 자료, 동종업계 유사 경력자들의 평균 연봉 등)를 준비해 면담에 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단순히 “연봉이 낮아서 불만이다”가 아닌 “나는 이 정도의 가치를 가진 사람이며, 이 정도의 대우를 원하고 그것에 대한 근거는 바로 이것이다.”라고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것이다.


이런 대처방식은 상대방의 주장을 수용하는 정도는 매우 낮으면서 나의 요구를 주장하는 정도가 매우 높다는 점에서 경쟁 대처 전략에 해당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일단 연봉 인상에 대한 당위성이 인정되면 그때부터는 어느 정도 인상률이 가능할지를 타협해보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 이때는 상대방이 원하는 것과 내가 원하는 사이의 중간 수준에서 합의점을 찾게 된다. 예를 들면, 회사가 원하는 인상률이 3%, 내가 원하는 인상률이 15% 일 때 10% 수준으로 인상률을 조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더 좋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면, 그것은 서로의 요구를 절충하여 중간에서 만나는 것이 아닌 서로의 요구가 모두 충족되어 최상의 결과를 낼 수 있게 되는 협력이다. 예를 들어, 나는 회사를 다니며 석사 과정을 밟아 커리어 역량을 향상하고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키우고 싶고, 회사에서는 이직의 염려 없이 숙련된 전문가를 회사의 인재로 계속 보유하여 핵심기술을 계속 발전시키고 싶은 상황이라고 가정해보자. 이때 회사는 나에게 학비를 지원해주는 대신 일정 기간 안에 학위를 취득하고 학위 취득 후 최소 5년간은 회사에 근속할 것을 요구한다. 이때는 회사와 나의 요구가 모두 충족된 상태에서 서로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형태로 관계가 지속될 수 있다.


또 다른 갈등 대처 전략은 현재 경험하고 있는 갈등이 참을 수 있는 것인지 혹은 참을 수 없는 것인지, 해결 가능한 것인지 아닌지를 사분면 상에 그려놓고 문제를 진단해보는 것이다. ① 참을 수 있는 x 해결 가능한 갈등 ② 참을 수 있는 x 해결 불가능한 갈등 ③ 참을 수 없는 x 해결 가능한 갈등 ④ 참을 수 없는 x 해결 불가능한 갈등 순으로 난이도가 높아진다. ②와 ③은 사안에 따라 난이도가 바뀌거나 거의 비슷할 수 있다. 이렇게 진단을 내려보면 현재 겪고 있는 문제를 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고, 도움의 자원을 어디서 얻을 수 있을지 파악하기에 용이하다. ④번 영역에 해당하는 갈등의 경우 더 이상 참기가 어렵고 절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된다면 진로 변경이나 이직, 전직, 부서 이동, 퇴직, 창업과 같은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하는 때에 해당한다.


새로운 선택에 따른 위험부담

연애, 결혼생활에서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해결하지 못하고 이별을 맞이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고, 헤어짐은 또 다른 만남의 시작이기에 너무 좌절할 필요는 없다. 진로와 커리어에서도 이는 마찬가지다. 특히 결혼처럼 자동 연장되는 종신계약이 아닌 진로와 커리어 영역에서는 헤어짐은 필연적인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이별을 맞기에 앞서 우리는 충분한 숙고와 신중한 판단, 현실적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충동적이고 감정적인 대응은 금물이다. 욱하는 마음에 조금 더 참고 버텼을 때 얻을 수 있는 커리어 상의 이점과 경제적 이익 (예를 들면 퇴직금이나 상여금과 같은), 업계에서의 평판과 같이 본인에게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들을 놓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아무리 봐도 안 되겠다 싶을 때는 단호하게 헤어지는 것이 맞겠지만 홀로서기를 위한 경제적, 심리적, 정서적, 신체적 여력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결정을 내렸을 때는 바깥세상의 춥고 배고프고 고달픔이라는 된서리를 맨몸으로 맞기 쉽다. 따라서 갈등을 더 이상 해결하지 못한다는 결론에 도달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판단이 들었다면 앞으로 어떤 방향과 계획을 갖고 실행에 옮길 것인지를 구상해야 한다.


새로운 시작과 선택은 자유와 설렘이라는 선물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불안과 불안정성이라는 반작용도 함께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언제나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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