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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ping Hands Mar 22. 2022

10잡스, n잡러의 시대가 왔다.

박명수와 미켈란젤로, 다빈치, 미용실 인턴 실습생의 이야기

10jobs [십잡스]


발음만 들어선 오해하기 딱 좋지만, 욕이 아니다. 국민MC 유재석이 박명수에게 붙여준 별명이라고 한다.


개그맨으로서만 아니라 손바닥TV 진출을 비롯해 다양한 영역에 도전한 박명수에게 10개의 직업을 가졌다는 의미로 붙여준 별명인데, 벌써 10년 전 무한도전 '무한상사' 시리즈에서 지어준 별명이라니 유재석의 선구안과 박명수의 개척정신, 도전정신의 콜라보로 생겨난 말이 아닌가 싶다.


* 관련기사: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1216886599397720&mediaCodeNo=258 없는 게 없는 무한도전 유니버스라더니 직업 세계의 변화를 예측한 이 '10jobs' 짤까지 존재한다니 대단하다.


박명수는 그밖에도 치킨가게 운영, DJ 등 다양한 영역에 활발하게 진출하며 도전과 실패, 성공을 고루 맛보았다. 요즘에는 이렇게 다양한 직업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일컬어 10jobs와 비슷한 말로 'n잡러'라고 부르기도 한다.




10jobs, n잡러로 살아가기


박명수만큼의 실패나 성공까지 경험해보진 못했지만, 나 역시 이런 저런 다양한 일들을 많이 해본 편이다. 다양한 회사, 다양한 전공 공부, 다양한 업무와 직위, 업무 형태를 경험했다. 최근에는 부끄럽지만 '작가'라는 타이틀까지 하나 더했다. 물론 아직 책한권 낸 게 전부이기에 스스로 이 타이틀을 써도 되나 싶은 민망함이 있긴 하다.


어쨌든, 이렇게 나도 나름대로 10jobs, n잡러를 향해 가고 있는 삶이 아닐까 생각하면서도 늘 마음 한켠에는 한 우물을 파지 못한 것에 대한 자격지심이 있다. 왜 난 남들처럼 진득하게 한 직장에서, 한 분야에서 오래 있지 못하고 늘 새로운 곳, 낯선 분야로 눈을 돌리는 걸까 싶은 거다. 한 분야에서, 한 조직에서 계속 머물렀더라면 지금쯤 더 안정적인 삶을 살지 않았을까, 더 많은 경력과 실력을 쌓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이런 아쉬움은 단순히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일 수도 있다. 혹은 한 분야와 조직에서 오래 있었다면 정말로 더 안정적이고 성공적인 커리어와 삶을 누리고 있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그 끝이 어디를 향하고 있을지는 나로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런 미련을 떨쳐 버리기 위해서라도 '꼭 한 우물만 파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고집스레 던져본다.


여러 갈래로 파놓은 우물이 나중에 저기 저 깊은 지하에서 하나의 물줄기로 합쳐져 만날 수도 있지 않나.

미켈란젤로나 다빈치같은 역사적인 인물들도 미술뿐만 아니라 해부학이나 의학, 건축, 과학 등 다방면으로 활동했고 융합과 통섭의 아이콘으로 불리우지 않는가.


물론 내가 그런 천재라는 소리는 당연히 아니다. 아직 그 정도의 현실검증력은 갖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천재가 아니라고 10jobs, n잡러를 못하란 법도 없다.



1+1=? , 한 미용 실습생의 이야기


10jobs와 n잡러, 박명수와 미켈란젤로, 다빈치로 이어진 의식의 흐름은 얼마 전 미용실에서 만난 인턴 실습생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머리를 자르러 간 미용실에서 인턴 실습생이 머리를 감겨주었다. 뒤로 누운 자세로 얼굴에는 수건을 덮고, 머리를 감는 5분간의 시간 동안 이 실습생과 예상치 않은 블라인드 인터뷰(내 눈을 가린 채로 했으니 '블라인드'다)를 진행하게 되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실습생이 미용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이야기해주었는데, 원래는 일본에서 유학하며 일본어를 공부하던 대학생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군복무 중 우연히 이발병으로 차출되었고, 이발병 일을 하면서 미용에 적성과 소질을 느껴서 제대 후 본격적으로 미용일을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군대 가기 전까지는 전혀 미용을 접해본 일이 없었다는데, 선임병이 무작위로 이발병을 선발할 때 '하필이면' 이 친구가 당첨(?)된 것이었다. 우연이었지만 그로 인해 이후 진로가 바뀌었으니, 이 실습생에게는 선임병이 인생의 방향을 바꿔준 나름의 은인 같은 존재였겠다 싶었다.


예전에 심리연구소에서 일할 때 직업흥미검사와 진로, 커리어 코칭 관련 업무를 진행했던지라 이 친구의 얘기를 듣는 동안 나도 모르게 오지랖이 발동했다. 같은 미용업계에 종사하는 다른 사람들이 갖지 못한 '일본어' 구사능력이 있으니 그걸 잘 활용해서 나중에 미용업으로 일본에 진출하거나 일본쪽 업계와 협업을 해도 좋겠다고 이야기해준 것이다. 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본인 역시 나중에 그렇게 할 계획이 있다고 했다.


이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두 개 이상의 분야가 접목되어 이렇게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고 시너지가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더 확신이 들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배 이상의 노력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세상에 저절로 되는 일은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성공했을 때는 그 시너지 효과와 영향력 역시 배로 더 클것이다. 그리고 혹시 실패하더라도, 도전한다는 그 사실 자체로 충분히 멋지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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