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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주 Oct 18. 2020

편안해지는 연습

[시시한 어른도 괜찮아 ⑨] 노 프러블럼!

명상으로 유명한 인도 리시케시는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풍광을 자랑한다. 도심을 관통하는 갠지스강 주변엔 명상과 요가를 배울 수 있는 아쉬람들이 많다. 비틀즈가 명상을 배운 곳도 여기다. '명상의 나라'로 유명한 인도를 관통하는 정신에는 '노 프러블럼(no problem)'이 있다. 인도 여행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기도 하다. 이 '노 프러블럼 정신'이야말로 마음을 내려놓는 명상의 정수같은 것 아닐까?


온다는 버스가 2시간 늦어도 노 프러블럼, 출발하기로 한 기차가 취소돼도 노 프러블럼. 아침에 주문한 밥이 점심에 나와도 노 프러블럼이다. 인도에선 그 어떤 것도 문제될 게 없었다. 그래서 편안했다. 생각해보면 이미 벌어진 일이고, 어떻게든 해결책은 있을 것이다. 세상에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은 없다는 걸 인정하고 나면 정말 모든 것이 '노 프러블럼'이 된다.



몇 시간 동안 이어지는 "그럴 수 있어"를 듣다보니 중독이 되어버렸다.
어느새 나도 그 말을 쓰고 있더라. 그리고 묘하게 편안한 마음이 되었다.
그날 밤만은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 살다 보면 그럴 수 있지. 괜찮아. 정말이지 그럴 수 있을 것 같은 밤이었다.
- <저는 측면이 좀 더 낫습니다만> p. 163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고 돈도 써본 놈이 쓸 줄 안다고, 편안해지는 것도 해본 놈이 잘 한다. 비슷한 상황에서 누군 늘 의연하고, 다른 사람은 필요이상으로 '멘붕'이다. "난 원래 그래", "예민하게 태어난 걸 어쩌겠어"라는 말로 내 안의 불안을 외면한다면 남은 시간들도 불안한 채로 살 수밖에 없다.


용기에도 연습이 필요하듯 편안함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미국 듀크대학교에서 자존감과 너그러움에 대한 연구를 한 적이 있다. 한 그룹에게는 '나는 멋지고 좋은 사람이야'를 생각하게 하는 등 자존감을 끌어올리는 연습을 시켰고, 다른 그룹에게는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 인간은 누구나 부족한 점이 있고 나도 그래' 하고 자신을 따뜻하게 받아들이는 연습을 시켰다. 그런 후 실패를 경험하게 했더니, 자존감을 끌어올렸던 집단에선 실패에 크게 충격을 받고 좌절하거나 원인을 외부로 돌리는 모습이 보였다. '멋지고 괜찮은 내가 실패했을 리 없어' 그런 반응이었다. 반면 자신에게 너그러워진 집단은 '아쉽지만 괜찮아. 더 열심히 하면 돼' 하고 실패를 툭툭 털고 일어났다. (출처 : <나는 나를 돌봅니다>, 박진영, 우리학교)


편안함은 사람이면 누구나 갖고 태어나는 피부가 아니라, 그렇게 살려고 애써야만 얻어지는 근육같은 것이다. 자존감도, 너그러움도, 용기도, 편안함도 우리는 가질 수 있다. 그리고 그 근육을 얻고 나면 다음 시도도 준비할 수 있다. 그러니 하나의 실수나 결과로 나를 너무 몰아세우지 말자. 예기치 않은 불행에 모든 게 끝난 것마냥 포기하지도 말자. 우리는 버티며 잘해오고 있으니까. 진짜. "노 프러블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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