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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주 Sep 28. 2021

인도여행과 스쿼시의 공통점

[아무튼, 스쿼시] 오래 천천히 보아야 좋다


2007년 인도로 두 달 동안 여행을 다녀왔다. 그런 말이 있다. 첫 배낭여행지로 인도를 다녀오게 되면 다른 나라들은 시시해진다고. 이말인즉슨 인도는 그냥 커피가 아닌 T.O.P라는 얘기다. 인도 이후 다녀온 라오스, 베트남, 태국, 네팔, 홍콩 등등은 '순한맛' 그 자체였다. 


우리나라가 '다이나믹 코리아'라면 인도를 수식하는 슬로건은 '인크레더블(incredible) 인디아'이다. 단어 그대로 놀랍고,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매일 펼쳐진다. 심심할 틈이 없다.


나는 이런 인도에 푹 빠져서 20대 내내 인도여행이 남긴 추억에 빠져 살았다. 근데 30대에 빠져살고 있는 스쿼시를 보아하니 인도와 많이 닮아 있다.




1. 짧을수록 싫어하게 된다

인도를 다녀온 사람들은 극과 극의 반응으로 나뉜다. '절대 다시는 가지 않겠다'는 사람과 '너무 좋았다'는 사람으로. 개인의 취향에 따른 차이도 있겠지만, 내 주변 인물을 대상으로 '주관적' 기준으로 가늠해본 결과 여행 기간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내가 여행한 5~7월의 인도는 '혹서기'이다. 단어만 들어도 더위가 느껴지는데, 평균 기온이 45~46도 안팎이었고, '오늘 좀 선선한데' 싶으면 40~41도였다. 30도가 채 되지 않는 5월의 한국 봄날씨 속에 살다가 갑자기 46도 인도에 떨어지면 말 그대로 한증막 문을 열고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나 역시 초기 일사병 증세로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입맛 뚝)


이런 인도를 2주 이내로 여행하게 되면 당연히 싫어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2주 정도가 지나야 몸이 적응해서 이제 눈에 뭐가 좀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그보다 짧은 기간만 있다 돌아가면 더위에 적응하다가 끝나버리게 되는 것이다. 2주 이내로 인도를 여행한 사람 대다수는 인도 말만 꺼내도 혀를 내둘렀다. 


스쿼시도 시간이 필요한데, 실내외 종목 1분당 소모 칼로리 1위!의 운동답게 체력이 만들어지기 전에 그만둔다면 목에 피맛나게 뛰다 끝난 기억밖에 없을 것이다. 혹시 몇 달하다 나랑 안 맞는 것 같아 포기했다면 시간이 부족한 탓에 '평생 운동'을 놓친 걸 수도 있으니 다시 도전해봐도 좋다.



2. '노 프라블럼' 기다림의 미학

'성질 급한 사람 먼저 죽겠네' 싶은 게 인도다. 요즘은 달라졌을지 몰라도, 당시만 해도 식당에 가서 바나나 라씨를 시키면 10분 뒤에 직원이 바나나를 사러 나갔다.............. 숙소에 딸린 식당에서 아침에 음식을 시켰더니 점심에 나온 적도 있다............... 기차가 몇 시간 연착되는 것은 애교다. '코리안 타임'보다 윗길이 '인디안 타임'이다. (우리는 절대 그 벽을 넘을 수 없다)


'노 프라블럼' 말 한 방이면 이 모든 상황이 '익스큐즈'되는 인도에서 화를 내면 그 사람만 바보다. 그냥 여기는 그렇구나 하고 그러려니로 넘겨야 한다. (대신 인도를 여행하고 오면 나도 모르게 '여유'를 탑재하고 한국땅에 돌아오게 된다)


스쿼시도 시간이 필요하다. 라켓 종목은 원래 시간이 걸린다. 내 몸이 내 몸 같이 느껴지지 않고 고장난 인형처럼 삐걱대겠지만 여유가 없으면 없을수록 몸은 더 말을 안 듣는다. 마음이 급하면 손발이 맞지 않게 되고 공을 더 제대로 칠 수 없게 된다. 실제로 여유있게 스쿼시 치는 사람들이 훨씬 잘 치는 걸 볼 수 있다.


오늘도 운동 가기 전에 외치자, 노 프라블럼!



3. 나 피부미인이었네

인도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나중에 한국에서 다시 만나게 되면 '이 사람 피부가 원래 이랬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생각해보면 인도에서는 모두 '피부미인'이었다. 여드름같은 트러블 있는 사람이 없었는데, 엄청난 더위에 엄청나게 흘리는 땀 때문이었다.


하도 더워서 하루에 물을 몇 리터씩 마셔도 화장실에 거의 가지 않는다. 그만큼 몸 안의 수분이 다 땀구멍으로 배출되는 것이다. 여행 내내 우리는 우스갯소리로 "인도에 오면 이렇게 살 빠지고 피부 좋아지는데 디톡스 여행 프로그램이라도 만들어야겠네"라고 말했다.


스쿼시는 '땀의 운동'이다. 스쿼시 경기하는 영상을 보면 팔에도 줄줄 흐르는 땀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요즘은 코트 앞 공이 잘 닿지 않는 자리에 수건을 넣을 수 있는 박스를 만들어놓아서 덜 한데, 예전 영상들을 보면 옷까지 흠뻑 젖은 통에 손을 닦을 데가 없어 경기장 벽에 땀난 손을 연신 문지르는 선수들을 볼 수 있다...........


인도에 갈 수 없다면 스쿼시장으로 가라. 거울 속에 나도 몰랐던 피부미인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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