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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방인 Oct 26. 2022

비글 캠퍼

우리는 반려견과 함께 캠핑한다.

생각해보면 우리를 자연의 품으로 이끌어준 건 녀석들이다.



이제 아홉 살이 된 둥이와 여섯 살 강이.


길지 않은 녀석들의 시간을 어찌해야 할지 고민하던 차였다.

산책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녀석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그러다 찾은 해결책이었다.

함께 산책하고 캠핑하자. 너희들이 좋아하는 자연으로 가자.

시간을 함께 하는 것만이 녀석들에게 해줄 수 있는 전부라 생각했다.





사람들이 많은 곳은 늘 눈치부터 살피게 되고,

짖기라도 하는 차에는 녀석들을 혼내야 하는 경우가 잦았다.

그렇다 보니 최대한 사람이 없는 곳을 주로 찾게 됐다.

근처에 인가가 가깝지 않고 사람이 없는 곳.

그런 곳을 찾아야 마음 편하게 캠핑을 즐길 수 있었다.

장소를 찾아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그로 인해 우리도 더 자유롭게 캠핑을 즐길 수 있기도 했다.


아무튼 우리의 사정상 그런 곳으로 찾아다니다 보면 봄, 여름, 가을은 벌레와의 전쟁이었다.

사람이 드문 곳은 방역을 덜하기 마련이니 벌레들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산책 한 번하고 돌아오는 길에는 녀석들의 몸에 진드기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한 마리씩 발견하고 잡으면서 생각했다.

행복한 거 맞겠지.


말로 표현이 안 되는 녀석들에게 분명한 것은 없다.

그저 녀석들과 지내온 시간들 사이에 짐작되었던 것들과 그간 알아온 녀석들의 행동을 토대로 유추해서

생각할 따름이다.





함께 하는 동안 녀석들의 사랑을 돌려줄 길은 없을 것 같다.

언제쯤 좀 더 자유로운 시간을 줄 수 있을까.

이 나라에서 너희들이 조금 더 행복할 길은 무엇일까.

그런 생각들을 하다 보면 결론은 늘 같다.


다음 생에는 더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곳에서 태어나길..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요즘은 계속해서 함께 캠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끼리만 다니던 여행이 번번이 미안하고 마음에 걸렸었는데 이제는 함께 떠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분명 쉽지만은 않은 동행이고, 서로에게 제한되는 것들도 많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편하지만 녀석들이 불편할 수 있는 것들은 조금 내려놓고

녀석들은 편하지만 우리들은 불편할 수 있는 것들은 또 녀석들이 조금 버리면서

서로 맞추어가고 있다.


여전히 반려견은 어디서나 환영받지 못한다.

특히나 중형견부터는 불편한 시선들이 날아올 때가 더욱 많다.

그런 것들을 예민한 녀석들이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러니 소리 내지 못하고 감내하는 상처들이 상당할 것이다.

자기들이 속한 세상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녀석들이 늘 애달프다.




부디 앞으로 녀석들이 지내기에 더 나은 세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우리는 녀석들과 함께 길 위로 떠난다.


매번 묻고 싶고 꼭 한 번쯤은 듣고 싶다.


어느 쯤에는 행복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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