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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슈룹 Aug 25. 2022

키오스크가 자꾸 말을 건다.

두근두근

70대 중반인 부모님은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사기를 당하는 줄 안다. 또 핸드폰으로 은행 업무 보면 돈을 누가 빼갈까 봐 불안해 하신다.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눈으로 직접 보고 물건을 구입하고, 은행도 직접 가신다. 충분히 이해한다. 뉴스에도 꾸준하게 사건이 보도되고 있기 때문에 나도 불안한 마음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신속하고 편리하다는 큰 장점때문에 놓지 못하는 것이다. 


불안한 세상을 믿지 못하는 부모님을 대신해서 한두 번 구매대행을 해 드렸는데 괜찮다고 느끼셨는지, 종종 부탁하신다. 얼마 전 추석을 앞두고 엄마가 송편 주문을 부탁하셨다.


딸, 이것 좀 주문해 주면 안 될까?



카톡에서 느껴질 만큼 엄마는 나에게 미안해하면서 부탁하신다. "내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괜찮다"라고 말씀드려도 늘 미안해하신다. 그게 부모 마음인 것을.


내가 사드려도 되는데, 부모님이 물건값주신다. 그런데 늘 많이 주신다. 예를 들어 29,700원이 나오면 3만원, 33,000원이 나오면 5만 원을 주신다. 인터넷 주문이 어려운 부모님을 상대로 본의 아니게 남는 장사를 하고 있었다. (백수라고 돈을 더 주시는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유익한 구매대행 구조는 쭉 이어질 것 같다.


 편으로는 내가 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못한 경우라면 어른들은 도통 물건을 살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썩 좋지 않았다. 







마트, 극장, 음식점 등 어디를 가도 키오스크가 자리하고 있다. 오히려 없는 이 이상할 정도다. 나도 피할 수 없는 오스크로 인해 애먹은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아이들과 햄버거 가게를 가서 주문을 하는데, 분명 한글인데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됐다. 단계가 넘어갈 때마다 '사이드 바꿀래? 음료 바꿀래? 뭐 추가할래?' 키오스크가 나에게 계속 질문을 했다. 질문에 답하는 내 반응이 빠르지 못함을 느꼈다. 하물며 내 뒤로 줄이 길어지면 안절부절못하다 뒤로 물러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최근, 커피숍에서 음료를 주문하고 페이로 결제하는데 계속 실패를 했다. 도통 이유를 알 수 없어서 헤매고 있었는데, 뒤에 있던 사람이 "핸드폰 방향이 잘못됐어요"라고 말해줬다. 난 아직도 페이 결제가 어렵다. 젊은 나도 이렇게 헤매는데, 키오스크가 상대적으로 낯선 사람들이 걱정됐다. 


요즘 곳곳에서 중년층과 노년층을 대상으로 키오스크 사용방법, 핸드폰 결제 방법, 사진 찍어서 업로드하는 방법 등 다양한 디지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이 배워야 한다. 물론 나도 나이가 더 먹고, 지금보다 세상이 더 많이 바뀐다면 지금보다 더 헤맬 것 같다. 벌써 두렵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하나보다. 아니, 세상이 천천히 바뀌길 바라는 것이 나을까?


** 혹시 주변에 키오스크로 주문하는데, 헤매는 사람이 있거나 잘 몰라서 어려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부모님, 이모, 고모, 삼촌, 할아버지, 할머니'라고 생각하고 너그럽게 기다려주거나 도와주면 참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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