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아동센터에 근무하면서 아이들과 대중교통을 이용할 일이 많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전, 교통카드 발급 및 분실 시 어떻게 하는지, 공중도덕에 대해, 대중교통 이용방법, 환승이란, 노선표 보는 방법 등 공부할 것이 참 많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나간다는 것은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만원 버스에서 아이가 내리지 않아 심장이 멎을뻔 했고, 지하철역으로 향하던 중 아이가 버스에 치일 뻔한 적도 있었다. 사건이 생겼을 때 일어나는 후속조치도 중요한 교육이 되기 때문에 반드시 이야기를 나눴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것은 이것 말고도 기운 빠지는 일이 많다. 외식하러 가는 어느 날! 버스 타기 전 승차할 정류장 위치, 하차할 정류장 이름, 소요시간 등등 꼼꼼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출발했다.
20명 정도의 인원이 버스를 타기 때문에 기사님 반응부터 살피는 습관이 나에게 생겼다. '천천히 타라고 웃으며 얘기하기도, 왜 이렇게 많이 타냐고 화내기도, 느리다고 화내기도' 반응이 다양하다. 그런데 기사님 모습에 우리아이들이긴장하니까 내가 너무 속상해서"아이들이니까 느리죠. 왜 화를 내세요!"라고 소리를 지른 적도 있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버스 승객들 반응이다. 고개를 홱 돌리는 사람, 짜증 난다는 표정, 오히려 자리를 양보해주는 사람 등 다양하다. 자리양보는 바라지도 않지만, '대체 왜! 아이들을 미운 눈으로 볼까?' 이해할 수 없었다. 많은 인원이 타는 게 잘못도 아니고, 큰 아이들이 동생들 챙기며 조심히 버스를 탔고, 정숙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 시선을 고스란히 느끼는 아이들을 보니, 같은 어른으로 너무 미안했다.
초등학생 시기에 신체, 인지, 정서 영역에서 질적, 양적인 성장이 폭발적으로 이뤄진다. 성장과 발달이 이뤄지는 과정에 있는 초등학생의 행동이 느린 것은 당연하고, 모르는 것이 많은 것도 당연하다. 이를 비난하고 못 한다고 다그치는어른의 행동이 과연 옳을까?
남에게 방해받기 싫고, 내가 중요한 세상으로 변했다지만 영유아기와 아동기를 거치지 않고 성인이 될 수 없다. 어린이들이 없으면 미래가 없고, 인구절벽의 위험을 안고 사는 우리나라에서 어린이가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연히 만나는 어린이들이 내 귀한 가족일 수 있으며, 어른의 따뜻한 시선과 말 한마디가 아이에게 귀한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