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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슈룹 Nov 05. 2022

마음 나눔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것을.

퇴직했지만 직장동료와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서로 몸담고 있는 직장 이야기, 사는 얘기를 하다 보면 시간이 훅 간다. 만날 때마다 시간이 늘 모자람을 느끼 다음에 더 일찍 만나자고 약속한.


만났을 때 빠지지 않고 꼭 하는 이야기! 7년간 함께 근무했던 지역아동센터 이야기다. 지난 10월 만남에도 역시 아이들 얘기로 이야기 이 피었다.


"참!! 00이가 센터장님 목소리를 잊을 것 같으니 통화를 하고 싶다는데요?"

"어머! 진짜? 왜?"

"얼굴 본 지 오래됐고, 목소리도 잊을 것 같아서 꼭 통화하고 싶다네요"

"어머어머! 세상에. 그런 말을 했다고? 어리다고만 생각했는데, 다 컸네. 우리 지금 영통 할까?"


그 자리에서 우리는 아이와 영상통화를 했다. 수화기 너머 보이는 아이 모습과 목소리를 들으며 옛 생각을 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센터장님, 목소리 들은 지 너무 오래돼서 잊어먹을 것 같아 통화하고 싶었어요"라고 말하는 아이를 보며 뭉클함을 느꼈다. 작은 몸집에도 감당하기 힘든 사연을 안고 있는 아이였는데, 1년 사이 제법 성장한 모습을 보니 고마웠다. 새삼 다른 아이들도 모두 보고 싶었다. 아쉬운 마음을 접고, 다음을 기약하며 전화를 끊었다.




얼마 전, 동료 결혼 소식을 전하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있는 단톡방에 소식을 전했다. (근무하는 동안 아이들과 단톡방을 운영했는데, 퇴직하고도 여전히 존재함) 모처럼 시끌시끌해진 단톡방에서 아이 한 명이 이런 글을 썼다.


어린이 A : "근데 센터장님은 프사를 안 바꾸세요?"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에 조금 당황했다. 난 프사를 신경도 쓰지 않거니와,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하지 않고 혹시 바꾼다면 자연물 게시하는 정도였다.

"나 사진 찍는 거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귀찮은데?" 했더니, 다른 아이가 이렇게 답했다.


어린이 B : "프로필로 선생님이 어떻게 살고 계시나 볼 수 있는데"


어린이 A : "맞아요! 프사 사진 바꿔주세요"





나는 아이들과 있을 때 신나게 잘 놀기도 했지만, 엄한 편이기도 해서 아이들이 어려워했다. 그런데 '퇴직한다고 말했을 때, 퇴직 이후 가끔 연락할 때'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씩 알게 됐다.


모두 한 때고, 아직 어린 아이기에 사소한 말에 너무 의미를 두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의 마음을 잘 표현하지 않았던 아이들에게 듣는 말이라서 마음에 울림이 있는 것 같다. 


'나를 어려워했지만 그동안 우리가 마음을 나눈 것은 맞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 아이들과 마음을 나누고 그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떠들기만 하고 실천하지 못한 나를 발견하고 부끄러웠다.


어린 시절을 회상해 보면 내 곁에는 좋은 어른이 많았다. 그래서 나도 우리 아이들에게 든든하고 좋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비록 서툴렀던 어른이었지만, 본인들 곁에서 든든한 편이 되어주사람이 곁에 있었다' 것만 잊지 않고 성장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아이들 했지만,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소리를 잊을 것 같아요 목소리를 잊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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