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함의 힘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매일 뉴스에서 다루는 핫이슈, 바로 가수 김호중 이야기다. 인상도 좋고, 노래도 잘하고, 방송에서 열심인 그를 보면서 평소 호감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그의 소식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모든 걸 떠나서 진실, 그가 감추고 있는 건 무엇인지 궁금할 뿐이다. 김호중 사건을 보면서 문득 떠오른 아이가 있어 몇 자 적어본다.
또래보다 키가 크고, 덩치가 좋았던 그 아이는 속눈썹이 참 예뻤다. 아이는 중국에서 태어나 얼마간 살다가, 한국에 와서 쭉 지냈다. 의사소통에 큰 무리는 없었지만,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일까? 늘 조심스럽고 말이 많지 않았다. 3학년 치고 의젓한 모습에 어른인 나도 의지하면서 지냈다. 장점 많은 아이의 단점이 딱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거짓말이었다.
"우리 엄마, 아빠가 중국에 집이 있는데 방이 99칸이야. 방이 너무 많아서 좋아."
한국에서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가정이었는데, 중국에 방이 99개가 있는 집이 있다고? 조금 의아했다. 그러나 그런 경우도 더러 있어서 그냥 넘어갔다. 하루는 이런 일도 있었다.
"제가 아침부터 배가 아팠거든요. 계속 아프면 집에 오라고 아빠가 말했는데, 집에 가도 되죠?"
그냥 집에 보낼 수 없으니 집에 어른이 있는지 확인하고 보내겠다고 말했다.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자신을 믿지 못하는 선생님 때문에 참을 수가 없다며 펄펄 뛰기 시작했다. 지나치게 과한 반응이어서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 '아이를 너무 믿지 못해서 상처를 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아이를 귀가 조치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기 때문에 집에 전화를 했다. 집에 아무도 없었다. 할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서 상황을 전했다. 아이가 아침부터 배 아프다는 소리를 하지도 않았는데, 무슨 소리냐며 오히려 반문했다.
이제 모든 확인이 끝났는데도 아이는 여전히 발을 동동 구르며 발뺌을 했다. 결국 아빠가 왔는데, 얼굴에 화가 가득했다. 난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아빠는 청각장애인이셨기 때문이다. 어찌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을 무렵, 할아버지가 출동했다. 그제야 모든 게 정리됐다.
아이는 평소에 부모님 모두 청각장애인이라는 점을 이용해서 거짓말을 자주 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제야 아빠 표정이 이해가 갔다. 어른들이 모두 가고, 아이에게 물었다.
"내가 확인할 줄 몰랐지?"
"....... 네"
난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짧게 끝냈다.
"거짓말은 네가 가진 것을 잃게 만들기도 해.
원하는 걸 이루지 못하더라도 반드시 솔직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어른이 다 똑같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