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해요
말복을 코앞에 둔 한여름. 아파트 주민들이 모여 분주하게 의견을 나누는 모습을 봤다. 내용은 이렇다.
아파트 내에 있는 어린이집에서 일주일에 한두 번씩 물놀이를 하는 상황. 시끄러워서 참을 수가 없다는 의견, 단지 내 사는 아이들이고 여름 한철이니 이해하자는 의견이었다. 서로가 주장하는 의견을 듣고 있자니 모두 이해가 갔지만 난 마음속으로 '그 정도는 이해해야지' 생각했다.
문득 지난 5월이 생각났다. 5월 1일 모처럼 쉬는 날, 늦잠을 자려고 했는데, 확성기와 아이들 고함 소리에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잔뜩 화가 나서 창문을 힘껏 열어젖혔다. 내 눈에 들어온 건 운동장을 누비는 초등학생들이었다.
'아.. 곧 어린이날이구나.'
내가 사는 곳 인근에는 초등학교가 있다. 매년 5월 1일에 꼭 체육대회를 했는데, 1년에 한 번이다 보니 나도 잊고 있었다. 5월 5일은 공휴일이니 아이들이 학교에서 즐길 수 있는 최대 축제가 체육대회다. 문득 운동장을 종횡무진 뛰어다녔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면서 흥분한 마음을 가다듬고 '3시간만 참자!' 중얼거리며 창문을 꼭꼭 닫았던 기억이 선명하다.
한 때 십 년 가까이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면서 어린이날 행사를 격하게 준비하고 진행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더 이상 투덜댈 수 없었다.
운동장을 다 채우지도 못한 아이들이 운동회가 시작되기 전 "죄송합니다"를 외치며 인근 주민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 속 아이들.. 과거와 달리 학교 운동장에서조차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없다는 건 분명 슬픈 일이다, (물론 모든 학교들이 같지 않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
80년 대 초등학교를 다녔던 나에게 체육대회란 동네잔치였다. 부모님은 물론이고, 동네 어른들과 꼬마들까지 모두 모여 응원하고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는 신나는 시간이었다.
행복한 추억을 품고 사는 어른으로서 우리 아이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다. 당장 불편하더라도 어른인 우리가 조금만 이해하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바라봐주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