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우선 원칙
굿파트너 이후 변호사들의 일상을 다루는 드라마가 다시 시작됐다. 관심을 갖고 시청 중인데, 최근 학교 폭력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보고 오랜 시간 지워지지 않는 사건이 떠올랐다.
그 아이들과 처음 만난 건 지난 2013년 겨울이었다. 나를 경계하는 눈빛이 역력했지만, 초등학생답게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싱글싱글 웃던 6학년 남자아이 세 명.
세 명은 동네 친구로 초등학교 6년을 함께 했고, 지역아동센터까지 같이 다녔다. 자타공인 절친인데, 유독 A 얼굴에서 그늘이 가시지 않았다. 친하지만 친한 것 같지 않은 묘한 느낌이랄까? 설명하기 어려운 애매함을 해소하기 위한 관찰이 시작됐다.
어느 날 공원을 지나는데, A가 미끄럼틀 밑에서 휘청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달려가 소리쳤다.
"너희들 지금 거기서 뭐 해!"
"노는데요?"
미끄럼틀 밑에서 가해 아동과 낯선 아이들이 우르르 나오면서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분명 뭔가 있음을 감지한 난 A를 집에 데려다주며 물었다.
"내가 지금까지 쭉 지켜봤는데, 뭔가 이상해. 너 쟤네한테 괴롭힘 당하지?"
심하게 고개를 가로젓는 A였지만, 한참이 지나서야 인정했다.
"너한테 어른의 도움이 필요해. 내가 도울게. 솔직하게 말해줄래?"
결론은 이랬다. 가해 아동은 지난 6년간 A의 돈을 갈취했고, 간식 셔틀을 시켰다. 학교 숙제를 대신시켰고, 이유 없이 친구들 앞에서 놀리고 위협했다. 피해 아동은 표정이 없고, 말수가 적은 반면 가해 아동은 키가 크고 덩치도 좋았다. 서글서글한 면이 있어서 친구도 많았다.
동네 친구로, 부모님끼리도 서로 잘 아는 둘은 늘 함께였다. 특히 가해 아동은 폭력이 이루어지는 순간 항상 친구들 뒤에 가려져있었다. 절대 직접 폭력에 가담하지 않았던 것! 그래서 그동안 잡아낼 수 없었다. '13살 아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악질이었다.
학교 안과 밖에서 속절없이 당했을 A를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가해 아동에게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했다. 아는 내용을 꼼꼼하게 정리해서 학교 측에 전달했고, A를 보호하기 위해 센터에서 가해 아동을 내보냈다. 사안의 심각함을 알게 된 학교는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최종 결과,
강전!
결과를 듣고 속이 시원했다. 물론 강전이 A의 상처를 치유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권선징악은 반드시 있고, 절대 혼자가 아니란 점을 알려주고 싶었다.
혹시 지금, 이 순간에도 폭력으로 고통받는 친구들이 있다면 주변에 도움을 꼭! 청하길 바란다. 그리고 남의 인생에 상처를 낸 사람이라면 응당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된다는 점 잊지 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