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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슈룹 Dec 02. 2022

초등 반창회, 10주년!

비결 아닌 비결?

1986년 9월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갔다. 6년 반의 세월을 함께 보낸 친구들과 헤어지는 일은 괴로웠지만 이사를 해야 했기 때문에 피할 수 없었다.


'달랑 반년만 다닐 학교'


낯섦이 어색했던 나는 친구들의 도움으로 금방 적응했다. 반년만 다닌 학교였지만 다양한 추억을 갖고 눈물의 졸업식을 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 다른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헤어지게 됐다.


성인이 되어 보니 다양한 경로를 통해 친구들을 찾을 수 있었다. 보고 싶은 초등학교 친구들은 있었지만, 어느 학교 친구들을 찾아야 할지 고민됐다. 그리고 동창회에 대한 나쁜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꺼려지기도 했다. 친구들을 찾겠다는 마음을 접은 채, 시간은 흘러 불혹의 나이에 접어든 나는 친구들이 더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네이버 밴드에서 졸업한 학교를 찾았다. 6년 하고도 1학기를 다녔던 학교 친구들은 나를 기억하지 못했다. 그러나 반년밖에 다니지 않았던 학교 친구들이 나를 알아보고 반갑게 맞아줬다. 너무나 오랜만에 연락했지만 어릴 때 친구여서일까? 어색함 없이 온라인으로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1986년 13살, 9월 교실에서 만난 친구들.
2014년 41살, 4월 다시 만났다.
2023년 50살, 10주년!
의미 있는 시간을 기념하기 위해 우정 반지 하나씩 나눴다.



꽃피는 4월, 28년 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13살 때 모습 그대로(?) 품고 나온 친구들이 그저 반가웠다. 비록 나를 못 알아보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추억을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데 문제 되지 않았다. 처음 모임을 시작으로 우리는 종종 만나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만남이 지속되면서 20명 남짓한 친구들이 하나, 둘 정리됐고 현재 10명이 남았으며, 10주년을 맞았다.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우여곡절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 살아온 세월이 너무 달라 함께 하기 어려웠던 친구도 있었고, 친구들이 대부분 결혼했기 때문에 배우자에게 불편한 시선을 받기도 했다. 우리는 이런 점을 모두 이해했기 때문에 더 투명하고 정직하게 모임을 유지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우리는 서로의 조사(弔事)를 챙기기로 했고, 회비를 모았다.


처음 만났을 때 우리는 안부를 묻기 바빴다. 자녀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눴고, 부모님 건강을 물었다.

9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서로의 일상을 묻는다.

자녀의 건강, 대학, 군대, 진로 이야기를 나눈다. 병원을 더 자주 다니게 된 부모님을 걱정한다.   

그리고 추가된 이야기,

나 자신의 건강.

아직 젊지만 죽음에 순서 있나? 친구, 가까운 지인의 죽음을 목도하며 느꼈던 감정을 나눈다.


10주년을 기념하는 우정 반지 끼고 기념사진 찰칵!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지?"하고 우리끼리도 놀란다. 만 생각하면, 서로 비슷했다. 그리고 믿고, 배려하고, 양보하며 조심하다 보니 이렇게 유지된 것 같다.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앞으로도 지금과 같기를 바란다. 10년 후면, 모임은 20주년이 되고 우리는 환갑을 맞이한다. 그래서 이런저런 계획을 나눴다. 그때까지 건강 지키며, 마음 아프고 힘든 순간만큼은 함께 하기로 했던 약속 잊지 말고 오래오래 우정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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