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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슈룹 Jul 27. 2022

어쩌다, 독립

아이는 역시 아이다.

"오피스텔 계약하고 왔다"

아버지가 뜬금없이 나에게 계약서를 내밀었다.


"무슨 오피스텔요?"

"오늘 네 엄마랑 나갔다가 지하철역이랑 가까운 곳에 오피스텔 분양사무실이 있길래 구경 갔다가 계약까지 했다. 그래도 믿을만한 회사야. 너 서울로 출퇴근하기 힘들잖아. 나이도 있는데 이제라도 편안히 다녀. 참! 입주까지 3년 걸린다."


'3년이라.. 오래도 남았네'


오랫동안 독립을 염두하고 있었다. 서울로 직장 다니기 힘들고, 고단했다. 27년 직장 생활 중 4년을 제외하고 서울에서 일했으니 지칠 만도 했다. 그래도 젊었고 에너지도 있었고, 일이 너무 좋았다. 물론 아직도 젊다. 다만 20, 30대 체력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독립하고 싶어도 돈 벌면 공부하고, 돈 벌면 공부하고, 수중에 돈이 남아날 리 없었다. 수중에 돈이 있긴 했어도 대출받으면서까지 독립하고 싶지 않았다. 어릴 때는 집에서 나가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나이 들수록 부모님과 있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물론 서로가 불편한 건 있었지만, 그래도 견딜만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독립을 미루고 있던 찰나에 부모님이 먼저 나선 것이다. 그래서 감사했지만, 걱정도 앞섰다.






돈이 모이는 대로 중도금과 잔금 등 열심히 냈다. 길게만 느껴졌던 3년이 흘러서 입주하는 날이 됐다. 이사를 위해 센터에 휴가를 내야 했다.


난 휴가 갈 때 어린이들에게 미리 말하는 편이다.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는 어린이들, 직장인들에게 휴식이 꼭! 필요하다고 늘 강조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쉬고 싶다고 하면 월차 개념으로 1번씩 쉬게 했다. 그렇게 쉬고 오면 한결 편안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계속 쉬고 싶은 마음에 꾀를 부리는 어린이가 생기는 부작용도 있다. 이마저도 생길 수 있는 마음이고, 이겨내야 한다는 것도 알려준다.


이사를 축하하는 그림 선물

늘 그렇듯 아이들에게 이사하기 위해 휴가를 쓴다고 미리 알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4학년 어린이에게 그림 선물을 받았다. "센터장님, 이사하신다고 해서 선물 준비했어요" 수줍게 내민 어린이 손에 '새집에서 행복하게 사세요'라는 글이 담긴 그림 선물을 받았다. 어찌나 고맙고 기특하던지. 꼬옥 안아주며,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지금도 현관에 잘 보관되어 있다. 그림을 보며 어린이의 표정, 목소리, 행동 등 모두 기억한다. 그리고 피식 웃는다.






어린이들과 있으면서 학교폭력 신고도 차례 봤고, 진술서도 여러 차례 써 본 적 있다. 그래서 조금 안다. 요즘 아이들이 얼마나 버릇없고, 제 멋대로인지. 한편으로 무섭기까지 한 아이들이다. 반면, "아이는 역시 아이다"라는 것도 안다. 아이들이 얼마나 순수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물론 예외도 있다)


그저 바란다. 어린아이들이 갖고 있는 곱고 순수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늦게 변질되길.

조금 더 욕심내자면, 때 묻지 않은 그 마음을 오래 간직하고 성장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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