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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슈룹 Aug 03. 2022

어쩌다, 독립 이후

공허함이 찾아왔다.

나는 독립하기 전까지 혼자 살아본 경험이 . 가족들과 함께 살다 동생들이 모두 결혼하고 부모님과 9년을 더 살았다. 그렇게 48년을 부모님과 함께 산 것이다. 불편한 것도 있었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부모님과 사는 것이 오히려 편했다. 그런데 어쩌다, 독립을 했고 작년부터 혼자 살게 됐다. 물론 그 삶은 꽤 매력적이었다.


혼자 살아본 경험이 있는 분들은 알겠지만, 나만의 공간이 있다는 건 참 편하고 좋다. 하루하루 편안함을 만끽하며 지내고 있던 어느 날, 내가 이상해진 걸 느꼈다.


다른 날과 똑같이 일을 마치고 집에 갔고, 이것저것 정리하고 누웠는데 뭔지 모를 공허함이 미친 듯이 몰려왔다. 허전하고, 혼자 사는 것이 왠지 서글펐고 무섭고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모를 감정에 휩싸여 눈물 흘리는 나를 발견하고 너무 놀랐다.


'다시 부모님 집으로 들어가야 하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여 얼마 동안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독립할 때까지 3년이란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어서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혼자가 되니까 '세상에 나 혼자야'라는 생각에 빠져 헤어 나오질 못 했. 특히 밤이 견디기 힘들었는데 그대로 뒀다가 우울증이 올 것 같았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더 집중하며 시간을 보냈다.


마음을 추스르는 데 대략 2~3개월 걸린 것 같다. 조금씩 우울하고, 힘든 마음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독립한 지 2년 차, 우울한 마음은 말끔히 사라졌다. 아마도 부모님으로부터 물리적 독립에 이어 심리적 독립을 하는 과정 중 생긴 분리불안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살면서 처음 느껴본 감정이라 많이 당황했지만,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기에 의미 있게 마음에 새겨두려 한다. 


그때 못 참고 집으로 들어갔으면 어쩔 뻔?



어쩌다, 독립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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