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tvN에서 '텐트밖은유럽'이란 예능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우리에게 꽤 친숙한 유해진, 진선규, 박지환, 윤규상 배우 4명이 출연한다. 호텔 대신 캠핑장, 기차 대신 렌터카, 식당 대신 현지 마트를다니며 스위스에서 이탈리아로 향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와 여름휴가가 겹치면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는 요즘 해외여행을 엄두내기 어려운데, 눈이 호강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이프로그램을 보면서 나에게 문제가 발생했다. 출연진이 머무는 캠핑장은 설거지와 샤워가 10시까지 가능한 곳이었다. 그런데 돌아가는 일정을 보니 아무래도 시간 맞추기가 어려워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저녁까지 먹고 나니 9시 45분. 설거지하고 씻기까지 하려면 시간이 모자랐다. 그런데 출연자들은 평온하게 음악을 듣는 것이다. 곧 마감인데, '왜 빨리 안 움직이지? 저들은 왜 편안하지? 시간이 얼마 없는데'라는 생각에 빠져 내가 불안하기 시작했다.
캠핑장과 방송국이 사전에 협의가 됐을 수도 있고, 옷을 갈아입고 온 걸 보니 씻은 모양이었고, 다음날 설거지해도 되는 일인데 왜 나는 움직이지 않는 출연진을 보며 초조했던 걸까?
가만 생각하면 내가 불안할 만큼 큰일이 벌어지는 일이많지 않았는데, 정말 작은 일에도 불안함을 자주 느꼈다. '대체 나는 왜 이런 걸까' 곰곰이 생각했다.
학창 시절 반 친구들이 숙제하지 않았거나, 수업 시간에 떠들거나, 야자시간에 도망가는 친구들을 보면 '선생님이 화내겠다, 곧 벌 받겠다'라는 생각에불안을 많이 느꼈다.
특히 직장 생활하면서 불안이 더 가중됐다. 신문사 근무할 때일이다. 직원들끼리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월미도를 자주 다녔다. 맥주도 마시고, 각종 놀이기구를 섭렵하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놀이기구가 고장 나서 20분 넘게 거꾸로 매달린 경험을 한 것이다. 이후 트라우마로 놀이기구를 타지 못하게 됐다.
외식업체는마감하고 퇴근하면 늦다. 특히 나는 집이 인천이라 귀가가 더 늦었다. 그날은 마감 후 막차를타고 집에 갔다.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기도 했고, 힘들어서 천천히 걷고 있었는데 아파트 후문에서 강도를 만난 것이다. 겨우 탈출후 집에 가서 내 모습을 봤는데피투성이였다.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제정신도 아니었고, 집에 도착하니 안심이 되면서 펑펑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날 며칠 출근을 못 하다, 결국 퇴직했다. 29살, 너무나 섬뜩하고 무서운 경험을 한 것이다.
지금까지 열거한 일 외에도 감당하기 버거웠던 사건들이 많았고, 불안의 시작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님과 편한 듯 불편한 관계 등 많은 것들이 내 뿌리를 뒤흔들고 있었다. 그러던 중 대학원에서 아동가족학을 공부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가족과 아동에 대한 이해, 여러 상담 수업, 관련 도서읽기, 심리검사를 하며 내가 갖고 있던 불안함의 원인을 찾게 됐다. 7년 동안 일부분 자가 치유가 된 것이다.
물론 완벽하지 않았다. 지역아동센터에 근무하며아이들과 부모에게서 내 어린 시절을 보게 되면 무척 괴롭고힘들었다. 다만, 그 마음을 직시하고 이겨내려고 여러 노력을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불쑥불쑥 고개를 드는 불안, 강박증세가 나를 괴롭히지만 적당한 불안과 강박은 삶에 도움을 주니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살아야 하지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