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하게 사는 맘을 알아주길 바라는 건 아닐까?
마음 나누기
어릴 때부터 숫자에 지독하게도 약했던 '나'란 사람은 아쉽게도 지금까지 큰 발전이 없다.
'뭐, 누구나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니.. 회계업무만 안 하면 되지!'라고 생각했는데, 지역아동센터 센터장으로 근무하면서 급여, 상여, 연말정산 등 회계를 안 할 수 없게 됐다. 처음에는 혼자 하려고 애를 썼지만 아이들 신경 쓰느라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았다.
결국 노무법인과 회계사 사무실에 일을 의뢰하면서 일부 회계업무에서 해방됐다. 급여 지급 5일 전쯤 늘 담당자들과 통화하며 변동 사항을 확인했다. 그런데 회계 담당자는 굉장히 딱딱하고 사무적이어서 통화할 때마다 부담스럽고 내가 경직되는 것을 느꼈다. 노무법인 담당자도 똑같이 업무 얘기만 했지만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그래서 "대리님, 식사하셨어요? 오늘도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등 일상 안부를 자주 건넸다.
그렇게 함께 일한 지 2년이 된 어느 날, 연락하는 날도 아닌데 노무법인 담당자에게 전화가 왔다.
"센터장님! 저 그만두게 됐어요!"
"어머나!! 진짜요? 아쉬워서 어쩌죠? 그동안 잘해주셨는데.. (중략) 실례가 안 된다면 그만두고 뭐 하시는지 여쭤도 될까요?"
"대학원 가요. 보통 담당자 변경된다는 메일만 보내는데 센터장님은 통화하고 싶었어요"
"잘하셨어요. 우리 2년이나 같이 일했잖아요. 고생 많으셨어요. 대학원 공부 힘든데, 건강 챙기면서 하세요. 응원합니다!"
"이곳은 너무 치열해요.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일 얘기 외에는 잘 안 하고 늘 차가워요. 그런데 센터장님과 연락하면서 사람 사는 정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래서 참 좋았어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센터장님도 건강 잘 챙기세요"
2년 동안 얼굴 한번 본 적 없던 그녀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래!! 나란 사람은 비록 수학은 못 해도 친화력과 공감 능력이 좋다. 감정이 쉽게 동요된다는 단점도 있지만, 그래도 이런 장점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 것 같아서 기분 좋았지만 의외기도 했다.
현대인들은 다른 사람 일에 관심 없고 자기밖에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실은,
'어느 세대보다 따뜻한 관심과 지지, 진심 어린 격려의 말 한마디에 힘을 얻는 가장 인간다운 모습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