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제품과 밀가루가 없어 편안한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다들 우리 집만큼 가정의 달일까. 기본으로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깔고 나서 5월 3일 남편 생일, 5월 6일 시부모님 결혼기념일, 5월 8일 딸 생일. 나에게 5월의 첫 주는 절대 아프거나 피곤해서는 안 되는, 숨 가쁘게 달려야 하는 일주일이다.
올해도 찾아온 가정주간을 보내며, 새롭게 시도해 본 레시피가 마음에 들어 기록해보려고 한다.
4월 말쯤부터 당관리하는 남편의 생일 케이크를 생각하며 동네의 키토 및 비건 베이커리에서 이것저것 접해보았다. 전문가의 솜씨이기도 하고 남이 해준 것이니 당연히 맛있었다. 그런데 기분 탓인지, 우연인지, 왜인지 모르게 그 빵들을 먹은 다음 날 유난히 피부 트러블이 올라왔다. 특별히 다른 것을 먹은 건 그것들 뿐이었고, 새로운 이슈로 스트레스를 더 받을 일도 없었기에 그저 추측할 뿐이다. 추측일 뿐이지만 마음이 썩 내키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리하여 그냥 만들기로 했다. 내 남편의 생일 케이크.
여기저기서 모은 레시피를 이리저리 조합하여 만들어보았다.
*재료: 두부 200g, 계란 2개, 알룰로스 3T, 바닐라익스트랙 1t, 아몬드가루 140g, 베이킹파우더 2t, 아몬드슬라이스, 코코아매스
- 두부를 적당히 잘라 전자레인지에 2분 정도 돌려 물기를 제거하고 곱게 으깨준다(믹서기 사용 추천)
- 나머지 재료들을 넣어 잘 섞어준다. 당도와 견과류, 코코아매스는 취향껏 조절한다
- 케이크 틀에 올리브오일을 살짝 발라주고 반죽을 넣어준다
- 예열된 오븐에 넣어 170도 15~20분 정도 구워준다
*재료: 오트밀 20g, 아몬드버터 1T, 알룰로스 1T, 해바라기씨
- 재료를 잘 섞어서 오븐용 팬에 펼쳐 170도 15분 정도 구워준다
*재료: 비건그릭요거트 2-3T, 알룰로스 1T, 오트밀크 3T
리뷰를 해보자면, 저녁에 먹었음에도 속이 편한 재료들이기에 어른들 모두 마음 놓고 잘 드셨다.
개인적으로 심심하지 않은 식감을 좋아해서 슬라이스 아몬드와 코코아매스를 넣었는데, 코코아매스의 씁쓸함이 아이들에게는 어려운 맛이었다. 코코아매스는 빼던지 더 작게 잘라 조금만 넣으면 좋을 듯하다.
두부를 곱게 갈아서 시작해야 하는데 깜빡하고 다 같이 넣어 으깨는 바람에 곱게 으깨지지 않았다. 그것 때문에 모양이 더욱 잘 잡히지 않았던 것 같다. 생각보다 맛에는 지장이 없어서 다행이었지만, 완성도 면에서 가장 먼저, 가장 크게 아쉬웠던 점.
꾸미기 위해 비건그릭크림과 오트밀크럼블을 급히 만들었는데 괜찮았던 것 같다. 남은 오트밀크럼블은 그래놀라처럼 요거트나 오트밀크와 함께 먹으니 꽤 맛있었다.
전체적인 맛이 만족스러워서 딸의 생일에도 해볼까 해서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보았다. 아이들이 힘들어했던 씁쓸한 코코아매스를 빼고 그 대신 무가당 코코아가루나 딸기 가루를 넣어보면 어떨까. 생각하고 바로 실행.
고양이를 좋아하는 딸을 위해 고양이 발모양 틀에 굽고 초코펜으로 꾸며보았다. 플레인, 딸기, 초코 세 가지 반죽으로 해보았는데 구워놓으니 다 비슷해 보인다. 사실 맛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이번에는 두부를 곱게 믹서기로 갈아서 시작했는데도 고운 모양내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모양 잘 나오게 하려고 견과류도 포기했는데 말이다. 아마도 반죽이 꾸덕해서 그런 듯하다. 꾸덕함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계란이나 오트밀크를 조금 더 넣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내일 아침에 딸에게 선보일 예정인데, 과연 반응은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