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밥솥으로 만드는 잼
'아이를 키운다는 건 기쁜 건 더 기쁘고 슬픈 건 더 슬퍼지는 일'(소설가 이기호)이라고 했다. 동감한다. 그리고 아이를 키운다는 건 잊고 있던 여름방학의 감각이 되살아나는 일이기도 하다. 끝이 안 보이는 더위만큼 길고 지루하지만 어쨌든 달콤한 여름방학의 감각.
학생으로서의 첫여름방학을 보내고 있는 우리 집 첫째 어린이는 '매일 엄마를 도와 음식 하기'가 스스로 정한 방학 숙제 중 하나이다. 그런 덕분에 평소라면 시도하지 않을 것들도 만드는 요즘이다.
가족들과 여행 간 마을의 시장에서 첫째 어린이의 요구로 복분자를 한 보따리 구매했다. 복분자라면 술 담그는 걸로만 알았지 이렇게 생으로 사서 먹어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숙소에서 한 움큼 씻어 먹어보니 신맛이 아주 강렬했다. 도저히 그냥 먹기에는 힘들어 남은 복분자를 그대로 집으로 싸왔다.
집으로 오는 차 안이 더웠는지, 집에 와서 풀러 보니 곧 술이 될듯한 냄새가 나고 꽤 많이 뭉그러졌다. 그리하여 바로 다음날 복분자로 잼을 만들기로 했다. 더우니 불 앞에 서서 젓는 방법보다는 전기밥솥을 활용해 보기로 했다.
*재료: 복분자, 설탕류, 레몬즙
- 복분자는 꼭지와 심을 잘 제거하고 물로 헹궈준다
- 복분자와 설탕류를 2:1 정도로 넣고 으깨며 섞어준다 (취향에 따라 설탕류를 더 추가해 준다)
- 잘 섞어졌으면 전기밥솥에 넣고 뚜껑을 닫지 않고 취사를 눌러준다 (뚜껑 연 채로 잠금레버 돌려주면 된다)
- 중간중간 잘 저어주다가 레몬즙을 1T 넣어서 저어준다
- 적당한 농도가 되면 끝
복분자는 씨가 톡톡 씹히는 식감이 있는데, 그 식감이 불편하다면 설탕류와 섞기 전에 채에 올려 으깨주면서 걸러내면 된다. 나는 귀찮기도 했지만 그 식감이 오히려 재미있기도 해서 그대로 만들었다.
전기밥솥으로 잼 만드는 것을 찾아보면 뚜껑을 닫은 채로 한 사람도 있긴 한데, 그러다가 대참사가 일어난 사람들도 꽤 보여서 안전하게 뚜껑 열고 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나는 전기밥솥 말고도 풍년에서 나온 '원팟'이라는 멀티쿠커가 있기에 그것으로 만들었다.)
전기밥솥으로 잼을 만들면 젓는 과정을 상당히 생략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데, 처음 해보는 것이라서 10~15분에 한번 정도씩 저어주긴 했다. 그런데 전혀 눌어붙는 느낌이 없었으니 아마도 텀을 더 길게 가져도 될듯하다.
열이 올라 부글부글 끓기 시작하면 묽은 잼이 조금씩 튀기 시작한다. 이때 '기름방지망'이 있다면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 망의 구멍으로도 튀어나오긴 하지만 꽤 많이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580g 정도의 복분자로 생각보다는 많은 잼을 만들 수 있었다. 양가에 조금씩 선물로 드리고도 한 병 정도 집에 먹을 것이 남았다. 두고두고 먹을 수 있는 것이 잼이긴 하지만, 조금 색다르게도 먹어보고 싶은 마음에 타르트의 필링으로 활용해 보기로 했다.
*재료: 오트밀 2컵, 땅콩버터 1/2컵, 알룰로스 1T
- 분량의 재료를 잘 섞어준다. 잘 안 뭉쳐진다면 땅콩버터를 조금 더 넣어준다
- 머핀틀에 올리브유를 뿌리고 오트밀 반죽을 넣어 눌러준다
- 손이나 숟가락으로 눌러서 컵모양으로 만들어준다
- 180도로 예열된 오븐에 15분 구워준다
- 오븐 사양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으므로, 약간 갈색이 되어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구우면 된다
- 한 김 식히고 원하는 필링을 넣어준다
- 복분자잼과 그릭요거트를 1:2 정도 비율로 넣고 잘 섞어준다
보통의 타르트지를 생각하며 자꾸 퍼스러지는데도 최대한 얇게 반죽을 펼치려고 했는데, 오트밀타르트는 조금 두툼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 같다. 6개 중 2개가 결국 굽고 난 후 빼다가 부서져버렸다.
비건그릭요거트에 복분자 잼을 섞어 필링을 만들어주고, 그 위에 복분자 잼을 살짝 한번 더 얹어주었다.
만들기 간단하다고는 못하겠지만 맛은 꽤 괜찮았던 오트밀타르트. 한 번쯤 기분낼 때 만들어보기 적당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