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니까 어린이와 함께
여름은 여름이라 책을 읽고 싶어 진다. 선풍기 틀고 시원한 마실 것이나 과일을 옆에 두고 소설책을 읽고 싶은 기분이라 도서관에 찜해두었던 '츠바키 문구점'을 빌려왔다.
잔잔하고 평범한 이야기들인데 계속 읽고 싶어 지는 매력이 있어서 아쉬워하던 차에, 다음 책을 고르러 도서관에 가서 우연히 그 후속작을 찾았다. 제목은 '반짝반짝 공화국'. 그 안에 이런 장면이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 생인 큐피와 함께 연두부경단을 만드는 장면.
이 장면을 읽으니 아이들과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 '삐약삐약 할머니 집'에 나오는 장면이 겹쳐졌다. 할머니 집에 놀러 간 병아리들이 할머니와 함께 경단을 만들어서 제철 과일과 시럽을 곁들여 먹던 익숙한 듯 새로운 간식.
그리하여 여름방학을 맞이한 우리 집 어린이들과 함께 이 연두부경단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재료: 연두부, 찹쌀가루, 소금
- 연두부 100g 정도를 볼에 넣어준다
- 찹쌀가루를 연두부와 동량정도로 붓고, 소금을 한 꼬집 넣어 함께 섞어준다
- 잘 섞다 보면 연두부의 수분이 나와 반죽의 형태가 된다. 이때 반죽의 단단한 정도는 귓불을 만졌을 때의 느낌이 적당하다고 한다(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 피셜....ㅎㅎㅎ)
- 질다면 찹쌀가루를 더 넣고, 뻑뻑하다면 연두부를 더 넣어 반죽의 단단한 정도를 조절한다
- 적당한 크기로 동글동글 빚어 가운데를 손가락으로 살짝 눌러준다
- 다 빚은 경단은 끓는 물에 데친다
- 경단이 떠오른 후 1분 정도 더 데치다가 건져내어 얼음물에 담근다
*재료: 간장 3T, 맛술 3T, 설탕류 4T, 전분 3t, 물 100ml
- 재료들을 작은 냄비에 다 넣고 저어가며 취향에 맞는 점도가 될 때까지 끓인다
- 너무 흐르지 않는 정도가 경단과 먹기에는 적당하다
어린이들의 즐거움을 위해 시작한 연두부경단. 역시나 자유로운 어린이들은 정석의 모양을 몇 개 만들더니 점토놀이 하듯 만들고 싶은 모양을 만든다. 고양이, 코알라, 당근 등등 ㅎㅎ
물에 데칠 때도 둘이 뜰채를 하나씩 들고 진지하게 건져냈다. 둘이 경쟁하느라고 물에 뜬 후 1분 기다리는 것이 잘 안 되긴 했지만...
집에 있던 여름의 과일 중 황도, 블루베리, 샤인머스캣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각자 담게 하고, 마지막에 꿀을 뿌려주었다.
그리고 나는 간장소스를 좋아하므로, 그리고 아이들도 분명 먹어보면 맛있다고 할 것이므로 간장소스도 만들었다. 역시 짭짤 달콤한 소스는 모두가 좋아했다.
엄지를 척척 들며 맛있다고 먹다가,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약간 질릴 때쯤 간장소스를 버무려 먹게 했더니 또 맛있다고 엄지 척! 간식으로 먹으려다가 한 끼 식사가 되어버린 연두부경단이었다.
경단을 빚을 때 동글게 한 후 가운데를 살짝 손가락으로 눌러주는 것은 속까지 골고루 익게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데칠 때 물에 동동 뜬 후 1분 더 기다리는 것이 나름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은데, 이번에는 어린이들과 하는 바람에 섬세하게 하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두부 특유의 비릿함이 살짝 느껴지기도 했다.
두부의 비릿함 때문에 반죽에 소금을 살짝 넣어본 것인데, 다음에는 조금 더 넣어보려 한다. 아무 소스 없이도 맛있다면 소스를 더했을 때도 더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는 맛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