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9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들을 낳았다. 내 아기는 산후조리원에서도 예민한 아기로 유명했다. 제자리에 자는 법이 없었고 늘 봐주시는 선생님 품에 안겨 있었으니까.
정신없이 5개월이라는 세월이 흘러 이유식을 시작할 시기가 되었고, 전 직장에서 여러 어린이집을 수백 번 넘게 출장 다니며 아이들에게 영양교육을 하고 식단표를 짜던 나는,
진짜 내 아기의 밥을 만들기 시작했다.
주변에서는 '애엄마가 영양사라 잘 먹이겠다', '이미 식단표 짜둔 거 아니야?.' '예쁘고 아기자기하게 만들겠네.' 라며 한 마디씩 했지만, 초 예민하고 엄마 껌딱지인 아들을 키우면서 꼼꼼한 식단표와 예쁜 이유식 사진은 나에게 사치였다.
이때까지 통잠을 자본적이 없는 아기 옆에서 쪽잠 바빴으니까. 그때그때 냉장고에 있는 제철 채소들과 미리 얼려둔 소고기로 즉흥으로 메뉴를 짜서 이유식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한 끼는 오트밀로 간단하게 만들어 먹이기도 했다.
식단과 모양에 욕심부리지 않았다. 최대한 내 중심으로, 내가 편한 방법으로 이유식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내가 가진 체력의 그 이상을 허비하는 순간, 아기에게 최선을 다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기도 나도 식사 시간은 늘 즐겁다. 힘들게 만든 음식이 아니기에 아기가 음식을 남기거나 거부해도 힘이 빠지거나 걱정되지 않았다. 다음에 다시 만들어 주면 되니까. 음식을 만지고 직접 먹고 싶어 한다면 마음껏 만지게 두었다.
오히려 식사 시간이 나에게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기가 나에게 주는 휴식시간이 되었다. 아기가 음식을 먹는 동안 나는 차를 마시거나 나도 함께 식사를 했다.
이런 나의 이유식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블로그에 적어둔 적이 있는데, ' 예쁜 이유식 사진을 보고 나만 아기에게 소홀한 건 아닐까 걱정했다.' '현실적인 아기 식사에 대한 정보를 알아가는 것 같아 도움이 되었다. '며 댓글들로 공감을 받았다. 거기서 작은 불씨 같은 힘이 생겼다.
혹시라도 나와 같이 예민한 아기를 둔 처지라면, SNS의 예쁜 유아식 사진에 아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면, 내가 지금 해주고 있는 아기 식사가 제대로 된 것인지 궁금했다면! 나의 경험들과 서툰 글이 진심으로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