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건 나였어

by Heni

몰아치는 바람에 방법 없는 파도처럼

나는

몰아치는

이 우울함에 방법 없이 잠기고 흔들리다가

이것을 쓰레기통에 버리고자

이 카테고리를 만들고


제목을 적을 때 깨달았어

그건 나였구나

내 감정도 생각도 다

결국 나였고

쓰레기는

결국 나였구나


쉽게 믿으며 쉽게 못 믿고

사랑하며 사랑하지 못하고

표현하며 표현하지 못하는


불안과 두려움, 우울

가장 나에게 어울리는

옷이었는데

내가

너무 과분하게

형형색색의

옷들 중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색들의

옷을 입고 살려고 했다


음식이 체하는

것처럼

인생도 체할 수 있다는


또다시

욕심을 폭식하고서야

체해서 기분 나쁜 속을 붙잡고 기억한다


밀려왔던 것들을 적당히 사랑하고

적당히

그저 적당히 머물렀어야 했는데


감히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으니

체하지 않는 밤이 오는 게 말이 안 됐다.


그래도 그동안 참 많이도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즐거웠는지도


이제 적당히


적당하게 하는

법을 배워야만 해


체하지 않게

어쩌면 그냥 아예

먹지 말고

마르다 죽는 게

덜 아플지도 모르겠다


길가의 쓰레기를 보면

주워서 쓰레기통에 넣어주고 싶던 게

동병상련의 마음이었구나


그래도 혼자 외로이 길에서 떠돌지 말라고

그 안에서 적당히 머물다 떠나가는 것들을 보내고

너도 때에 맞춰 떠나가라고


나에게 하고 싶었구나

쓰레기는 나였으니까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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