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인정이 내 가치가 아닌데도

by Heniverse 심혜린


의무감으로만 인생을 살아가는 태도는 가족관계에도 해악을 미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어떤 결과와 책무에 대해 잘한다 잘한다, 옳지 하는 문화를 오래도록 가져왔다. 자기의식이 희미한 상태의 인간은 이런 칭찬 앞에 파블로프의 개가 된다.


특정 행동을 촉진시키려는 칭찬의 의도엔 무지한 채 그것이 자기존재에대한 칭찬이라고 착각하는 것. 이에대한 최악의 결론 중 하나는 자기의 상실이다.


자존감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이 '자신의 존재감'을 밖에서 찾는다. 이 일을 하면 날 인정해주겠지, 힘든 걸 도맡아하면 칭찬해주겠지, 사람들에게 잘 대해주면 환대가 돌아오겠지 등등.


저런 행위 자체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돌아올 걸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거 자체가 머리로 사는 삶이란 말이다. 심장이 아니라. 이러한 태도가 언제까지 기능할 수 있을거라 보는가?


쏟은 노력에 비해 자신이 원하는 보상이 주어지지 않았을때 이것은 폭발한다. 하라는대로 열심히 최선을 다했고, 내가 그만큼 고생했는데 왜 몰라주냐고 푸념한다. 내 노력을 아무도 몰라준다고 한탄한다.


피해자의식의 늪은 갯벌같아서 한 번 빠지면 나오기가 힘들다. 조금씩 조금씩 자신의 삶 전반을 갉아먹어간다.


아무도 그 짐을 짊어지라고 요구한 적 없다. 자신이 만든 노력과 결과의 프로세스 함정에 스스로 빠졌을 뿐. '~해야 칭찬받는다'는 단순하고 유아틱한 명제가 더이상 기능하지 않을 때. 그것은 학교 밖, 직장 밖 모든 곳에서 통하지 않는 명제이며 가슴으로 삶을 살지 못하는 한 인간의 비루한 생존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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