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Petit A-Dieux

by 래연



샤를르빌 기차역





포르투갈에선 구두를, 프랑스에서는 모자를 샀다. 할머니가 되어도 여전히 걸칠 인생 구두와 모자이다.

태반이 이미 떠나고 남은 사람들이 오늘 마저 떠나는 기차역에 도달해 플랫폼에 서고서야 모자를 처음으로 꺼내 쓰고 기차에 올랐다. 이 모자와 구두면 겨울의 혹한을 질러갈 수 있을 거다.








크리스토프의 고양이 쇼파트




떠나기 전에 저 애태우기의 달인인 고양이가 한 번은 더 나타날 법도 한데,라고 어제부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처음 고양이를 계단에서 본 후로 매번 지날때마다 계단에서 꺾여 돌아가는 모서리 너머로 고개를 돌리며 기웃거리는 걸 보고 나의 동행은 "이건 한 묘만 줍쇼하는 태도잖아!"하고 놀리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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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조찬을 들기 위해 방문을 열고 나서자 마침 크리스토프의 고양이가 내 방문 앞, 손이 닿지는 않으나 그 존재감이 또렷해보이는 자리에 앉아 그녀로선 드물게 야옹 소리를 냈다. 두 번 울고서, 내가 다가가자 계단으로, 또 그 위계단으로 뛰어올랐다. 지나치게 한달음에가 아니라 여운과 휴지를 동반한 도약이었다. 그렇게 옥상에 이르자 녀석은 굴뚝이 있는 지붕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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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고가는 트렁크 옆으로 깃털색이 예쁜 적은 새가 으깨져 있었다. 허공에 장례를 지내주고 싶은 한편, 어쩌면 새를 닮은 인형이었을까? 축제가 끝난 아침에 바닥에 떨어진 인형 하나 으깨졌을수도 있쟎아. 기왕이면 인형이길 바란 그 다음 순간엔, 그것이 인형이어도 안된단 생각이 들었다. 인형도 살아있는 것이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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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토프의 민박, 랭보의 시가 적힌 방들




아침 테이블 크리스토프는 대화하기 위해 테이블로 왔다. 그는 투숙객들을 위해 준비한 기념 컵을 내밀었다. 거기엔 세계 마리오네트의 수도 샤를르빌이라 적혀 있었다. 문득, 어쩌면 보이지 않는 차원에서 여기는 전 세계를 조정하는 중심지인지도 모른다, 새로운 음모론을 떠올렸다. 모든 인형들, 세상에서 형체가 사라졌던 것들, 변방으로 몰려난 환상들은 이리로 모여든다.


그들끼리는 서로를 알아볼 수밖에 없으므로, 다음 축제 또 그다음의 축제, 그리고 축제 들 사이의 그들의 일상의 막간극을 이어나가기 위하여 여기 샤를르빌로 온다. 그러잖아도 손이 닿기만 하면 결결이 부서지는 크루아상같은 나는 또, 크리스토프가 아침마다 주는 크루아상들이 오늘 아침 거까지 10개에 이르도록 우물우물 삼켰다. 그리고 축제의 마지막인 어제는 이 추방된 진실들이 모여 속삭이고 춤추는 이곳 축제 소인이 찍힌 편지를 부쳤다.











떠나는 길에는 어제는 가득 찼다가 오늘은 비어버린 골목과 광장에 어제까지는 진부하기까지 했던 모든 것이 갑자기 다정한 옆얼굴들을 내밀었다. 과일가게 아저씨는 윈도를 통해 손을 흔들어 보이며 반쯤 열린 가게 문을 통해 잘 들리는 목소리로 "Au revoir!"를 외쳤다.

"곧 다시 봐요, 아주 곧이요!"라고 나는, 반쯤 열린 유리문으로 다가가며 외쳐 답했다.


몇 발짝 더 지나 뒤를 돌아보니 골목 끝엔 랭보 박물관이 우뚝, 저 끝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다정한 사람과 풍경,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불과 200미터짜리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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