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는 없어도 좋은 것들
가져왔으나 사용되지 않는
여기 와선 도무지,
이어폰을 낀 적이 없다.(모든 게 음률이라서)
선글라스를 쓰지 않는다.(맨 눈으로 보아야 하는 색감)
책을 한 줄도 읽지 않았다.(밤낮으로 살아있는 시구절들에 포위되어)
아스피린 프로텍트를 한 알도 먹지 않았다.(심장과 신경을 가라앉힐 필요가 없다)
브라질 오기 전에는 아픔을 달래주는 음악을 늘 들었었는데 여기는 나라 자체가 자장가라 달래주는 음악조차 생뚱맞거니와, 어 아픔 어디 두었더라, 어디 갔지, 이렇게 되었다.
햇살은 강보처럼 감싼다. 근심은 그늘에 목마를 때나 가끔 찍어 먹는다.
피부를 콕 집어 짜면 비타민 D즙이 과라나 즙처럼 솟아나 뚝뚝 떨어지고,
여기 인간들에게 예술이란 거저 때가 줄줄 밀려 나오듯 하는 것만 같다.
어감
남에게는 관대하고 자신에게는 엄격하라.
그럴싸한들 그렇지만은 않다. 자신에게 관대하지 못한 사람이 남에겐 그게 된다고? 게다가 스스로에게 한사코 엄격하려는 이가 과연 남으로 하여금 편하게 여겨져 마음 열고 다가가고 싶게 만들 수 있을까? 자신을 늘 벌주듯 하는 사람 옆에 가면 아마도 본능적으로, 데거나 베이거나 찔리는 느낌을 지레 받을 것이다.
셀프 채찍질을 하는 수도사가 그리도 아름다운가?
게다가 이 말은 개인성을 발현시키지 못하게 족쇄를 채운다. 저 말은 지배계층에게 얼마나 만만하게 친절한가! 잘못된 구조의 탓을 개개인이 나누어 참회하면서 마소처럼 종사하게 만들어온 말이다.
개인을 공동체에 함몰시켜 부려먹음에 있어, 저 말과 같은 계열의, 겉보기에만 그럴싸해 보이는 문구들이 적지 아니 사용되어 왔다.
저 말 또한 처음 만들어졌을 때 어감은 그게 아니었겠지만, 인간들의 뇌리에 폭넓게 붙어 사용되면서는 분명히 다른 힘과 효과를 갖게 된 거겠지. 세상의 종교들처럼, 퍼져가면서 엇나간 말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