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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래연 Aug 31. 2020

안토니오의 고양이를 맡다




                                                                               


집주인 안토니오는 집을 3일 비운다며 고양이들을 부탁했다. 고양이들은 이미 내 방에 들어와 살다시피 한다. 이 집은 소개에 '고양이 두 마리 제공'이란 문구를 추가해도 좋겠다.


그런데 고양이는 최근 가끔 세 마리가 되기도 한다. 이웃 고양이가 넘어와 정원에서 놀곤 한다. 의뭉스러운 데다 목걸이를 한 집고양이임에도 도둑고양이 포스를 내뿜는다. 도둑이란 말은 여기서 길고양이 폄하가 아니라 산적이나 마피아 같은 카리스마를 강조하는 표현이다.



안토니오는 세탁기 안의 빨래도 생각날 때 가끔 건져 너는 몹시 느긋한 사람이라 아마도 그 뻘래들은 방치된 채 일주일도 족히....,


자기 방이나 살림엔 신경도 안 쓰는 이 사람은 사진가다. 


고양이 목덜미가 축축해 보여 냄새를 맡아보니 레볼루션이나 애드버킷 냄새다. 살림에 무심한 자가 떠나기 직전에 발라준 걸 보니 고양이를 몹시 아끼나 보다. 그는 자주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뇽뇽닝니용"소리를 낸다. 














어제 공연을 보니 브라질 뮤지션들은 나이가 우리가 생각하는 나이의 느낌 -20인듯하다. 마리아 베타니아를 비롯, 이들은 세상일 갖은 근심 다 아무것도 아냐 괜찮아라고 깊은 삼림의 고목 같은 소리를 울렸다. 이 나라에서 나이 60은 어르신 축에도 못 드는. 한 80은 먹어줘야 겨우. 백 살 가까이에도 공연을 하신다. 즐거움을 소모하며 뽑아내버리지 않고, 즐거움을 쌓고 키워간 사람들이라고나 할까.


이런 나라가 세상에 있기나 하다는 걸 희망으로 삼는다. 흠, 우리나라는 통째로 세팅해야 하니까 그 안에서 내가 뭐가 잘못일까 하며 너무 고심하며 헷갈려할 필요조차 없다. 


여기 사람들은 힘들이 충천해서 그런지 지하철 안에서도 '나도 피곤한데' 하는 표정의 젊은이가 없다. 노인에게 자리 양보가 매우 부드럽게 기꺼이 이뤄지는 걸 본다. 









가가 묘묘






                                                                                                                                                                                                                                                                               


집집마다 한 마리 이상은 기본인지.


이웃집 아이다.


처음 보고선 달아나더니, 형식적인 하악을 하다가는, 쓰다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골골대며 뒹굴던 나머지 한 계단 아래로 떨어지기조차 했다. 


퉁실한 애라 그 꼴이 더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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