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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래연 Oct 29. 2021

날개를 그리고 말하고, 또 품고






자연스러움이나 자유스러움이란 우리가 배워본 적이 없어서  써먹기가 좀 어려운 거 같다.

얼마 전 나는, 말이란 걸 할 수 있는 SNS라는 게 과연 존재할 수나 있나 생각했다.

타인의 존재와 그 표현에 대해 지속적인 관대함을 갖고서 마음을 계속 열어둔다는 것은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가!

끊임없이 자기와 비교하며 박탈감의 목록을 만들고, 세상에서 배운 위계대로에 서로를 끼워 맞추는 일 따위!



어제는 인천 가기 전 급한 통화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을 했다.

성공에 대하여.

성공 여부는 업적이 아니라, 

자기 안의 동물을 다스리는 일과 관계되어 있다고.



상처 입은 사람이 상처 입은 사람을 더 잘 이해하거나 더 적절히 대하지만은 않는다.

상처 입은 사람이 상처 입힌 당사자가 아니라, 자기보다 더 연약한 누군가를 향해,

찌질한 복수에 가까운 독을 방출하는 일도 잦다.

상처 입힌 이들의 문법을 관계없는 제3자에게 투사하여 재현시키는 일.

집단 내에서 도둑맞은 물건을 다시 도둑질하여 채워 넣듯이.



매인 사람은 매여서, 겉으로는 매이지 않은 사람조차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매여서.



자유의 표상처럼 보이는 새 또한 규칙의 테두리 내에서 날고 있다. 

그들의 날개는 일탈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생업에 종속되어 있으리라.

갤리선을 젓는 노예의 팔뚝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날개를 그리고 말하고, 

자유라는 단어를 품고 살아가는 일이 허허로운 것은 아니다. 

환상이 허구 혹은 허무로 귀일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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