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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래연 Feb 13. 2022

하늘이 내려준 음악,  Blue Jean Blues





이런 기분엔 듣고 싶은 음악도 없어......

 

홈플러스에서 나와 천변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디디며 뇌까렸다.


무얼 골라 들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 날들도 있다.

마음 쓰이는 일이 있어서

무엇으로도 마음이 달래지기 힘들 때


아무 음악도 듣지 말고 그냥 걷자,

그냥 길을 따라갔다.


그런지 얼마나 되었을까,

개천 건너편을 지나가는 자전거 후미에서 느닷없이

음악이 흘러나왔다.

 


'이런 천변 자전거 음악으로 흔히 들을 만한 것이 아닌걸!'

'검색해 볼까? 그런데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어도 검색이 될까?'

 

shazam 앱을 눌러보았다.

검색이 되다니!





https://youtu.be/b76kjd5nvMg





" Blue Jean Blues "


'게다가, 지금 기분에 딱인걸!'


마음을 매만져 주는 블루스,

마음 달랠 선곡을 하지 못하는 나날에

하늘이 내려준 음악 같았다.



'아오, 이런 곡엔 버번위스키 한 잔이 딱인데!'


이건 그냥 해본 말.

그런 거 마셔본 적 없음.



지지탑, 그리고 이와 비슷한 추천곡을 몇 개 들으며 

몇 발짝 걷다가 돌연 눈물이 났다.


손에 쥘 수 있는 큼직한 덩이를 쫓아 살게끔 삶은 흘러가지만

큰 덩이가 실제 구원이기란 쉽지 않다.

무엇 하나가 되어도 그것이 완결이 아니라

주변 환경 그리고 따라오는 연결고리들을 계속 감당해 내어야만 하고

그러자면 심신의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주변에서 보태는 말들과 

심연의 내가 점점 멀어지는 느낌조차 받기도 한다.

오해나 질시에 쌓여도 표를 못 낸다던가,

이런 달의 뒷면 체험들.



천변을 걷다 보면,

이상한 상응이 자주 일어난다.

내 눈이 가장 많이 고정되는 대상들이란 주로 새,

늘 새의 움직임에 머문다.

내 마음이 울적할 때면

백로들이 평소와는 다르게 움직이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그런 날은 이렇게 말을 한다.

"백로가 또 춤을 췄어!"



두 마리가 한 군데서 나선형을 그리며 돌거나

한 마리가 좌로 우로 또 좌로 우로

눈에 띄는 동작을 보이거나,

요샌 백로가 춤추는 일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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