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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래연 May 20. 2024

점심은 체리 잼 샌드위치



    미래의 선생님이지만 아직은 우리와 같은 학생 신분이었던 교육 대학원생들은 우리 연수생들과 친하게 지냈다. 그들은 공부할 거리가 늘 산더미로 대개 학구적이고 늘 바빴다. 그러면서 순수하고 친절했다. 어느날 그들은 건물 로비 의자에 둘 셋씩 앉아 있다가 마침 마주친 니코에게 미국의 어느 지역에서 왔는지 물었다. 니코가 “아-ㄹ칸소”라고 대답하자 그들은 까르르 웃으며 이 발음을 흉내 내곤 키득거렸다. 미국식으로 혀를 꼬는 발음은 프랑스인들에게도 신기했던 것이다. 



    내 마음속에서 이 두 번째 학기는 두 개의 축으로 돌아갔다. 그 하나의 축은 언제나 쟈닌의 수많은 숙제들에 치이는 일상의 시간들이고 다른 한 축은 카니발과 브라들리bradelie(대판 세일 기간) 그리고 짧은 여행을 낀 두 번의 휴가 기간을 포함하는 축제와 즐김의 시간이다.


    자닌과 밀레나 두 선생님은 이번 학기 내내 번갈아 가며 논쟁적인 글쓰기 숙제를 내주었다. 그 주제들은 감정과 느낌을 표현하는 종류의 달콤함이라곤 완전히 배제된 것이었다. 매주 힘겹게 단어 수를 딱딱 맞추어가며 작문을 이어가야 했다. 이쯤에서 나의 튜터 코랄리가 생각난다.



    1학기 때 튜터를 만나볼 기회를 놓친 나는 튜터링을 마치 한 번은 누려봐야 할 특권쯤으로 간주하게 되었다. 어느 날 밀레나가 튜터 희망자를 조사할 때 나는 베리반과 함께 손을 들었다. 마침 월요일 수업마다 들어오는 대학원생 둘이 있었다. 레티시아와 코랄리. 밀레나는 즉석에서 그 둘을 우리 둘과 짝지어 주었다. 나는 내심 상냥하고 신비하며 중세 요정 이야기에서 튀어나온 듯한 분위기의 레티시아를 원했지만 실제로는 울며 겨자먹기로 코랄리와 인연이 되고 말았다. 코랄리는 첫 학기 때 르끌레르 2층의 카페테리아에서 만났던 그다지 정겹지만은 않게 느껴지는 인물이다. 아닌게 아니라 이 인연은 오래가지 않았다. 튜터 체험은 앞서 말한 교양 선택 과목 만큼이나 부조리하게 흘러갔다.


    코랄리와 나는 2층 자습실에 앉아 서로의 타임 스케줄을 점검했다. 이 첫 만남부터 우리는 앞으로의 예후가 좋지 않을 것임을 각자 짐작했을 거다. 무엇보다 그녀는 이 교생실습에 전념할 만큼 한가한 형편이 아니었다. 의무적으로 채워야 할 과외 교습시간을 채우려는 것이었을 뿐 학교 밖에서 하는 일이 몇 가지씩이나 되었고 나의 시간표하고는 정말이지 엇갈려서 공통분모를 찾기 어려웠다. 


    결국 나는 점심시간을 샌드위치로 때우고 그 여백으로 과외 시간을 만들어내야 했다. 이마저도 두 어 번 만나 내 작문을 수정해주는 숙제지도를 받은 게 전부였다. 그녀는 급기야 계속해서 펑크를 내기 시작했고, 사전 양해도 없던 약속 불이행에 대해 그다지 미안해하는 기색조차 없었기에 나는 이 과외를 서로 합의하여 아예 그만두기에 이른다.



    이후 나는 그냥 2층의 자습 공간에서 호젓하게 혼자 숙제를 하고 공부를 이어갔다. 더욱 호젓하기 위해 이번 학기부터는 점심시간에 식당 가는 것마저 줄이고 직접 싸 온 샌드위치를 뜯어 먹곤 했다. 피레네의 염소 치즈와 프란시스 미오 집의 유명한 검은 체리 잼 혹은 프로방스의 향기 좋은 꿀을 넣은 샌드위치는 가장 간단한 형태의 천상의 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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