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보의 도시에서 취한 배의 방

by 래연









'취한 배'라는 방 이름과는 달리 조금도 취하지 않기 위해서 감기를 핑계로 사교모임을 피한다.

그런데 실제로도 감기이다.




리스본의 마지막 선물은 강한 바람으로 인한 감기였다.

이지젯은 승객들을 미리 밖에서 대기시켰고, 아침 8시 반에 타기로 되어있던 비행기가 실컷 늦어지는 동안 대기줄 여기저기서 훌쩍 콜록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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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바람 불고 추웠던 이지젯 대기줄








샤를르빌의 뒤칼 광장










여기 샤를르빌은 세계 인형극 축제의 도시이다.

수년 전 처음 여기 오기 전 체코에 들렀을 때 샤를르빌에 더 많은 예쁜 인형들이 있을 것을 기대하여 체코의 그 많은 예쁜 인형들을 고스란히 보류했었다.

하지만 샤를르빌에 오고야 알았다. 인형은 체코에서 사야 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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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일이 포르투갈에서도 일어났다. 포르투에 가니 페소아템이 많았고 개중엔 쏙 맘에 드는 것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리스본엔 저런 건 넘쳐나겠지 기왕이면 페소아 집이나 그 앞에서 사자꾸나 했는데, 역시 포르투에서 사야 했다.

여행에는 이후라는 것이 대개는 없다. 리스본에는 상대적으로 무거운 페소아 타일만이 눈에 띄거나 할 뿐이었다.













이번엔 아침마다 크루아상 한 개씩만 먹을 거야, 전처럼 빵을 세 개씩이나 먹지는 않을 거야, 도착하기 전부터 이렇게 말했었지만, 늦은 아침 테이블에 앉자 당연하다는 듯 접시에 빵 두 개를 올리고는 버터를 처발처발 할 기세이다가, 맘을 고쳐먹고 버터의 양을 줄여 바르는 것으로 타협을 보지만 대신에 달콤하고 촉촉한 잼은 더 수북이 빵의 결 위에 올리고야 만다.



접시 위에 올린 빵은 한 조각도 남기지 않고 먹어치우지만, 하고 싶은 일들은 자주 미루어 다음 생으로 킾해둔 것들도 많다. 한번 사는 생이 아닌 거 뻔히 아니까 용쓰고 싶지 않은 데다 지금이 수많은 생의 마지막이라 쳐도, 아 그냥!





샤를르빌의 아침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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