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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의 상처들

by 존버헨리

얼마 전에 러닝을 하는데 발가락이 너무 아팠다.

최근에는 딱히 부상 이슈가 전혀 없었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저녁에 비가 그친 후, 밤 러닝을 하던 날이었고 바닥이 젖어있을 것을 감안해서 평소 잘 신지 않던 트레일 러닝화를 신고 나간 날이었다.


<아, 오랜만에 안 신던 러닝화를 신어서 그런가>


조금 아프다 말겠지 했는데, 계속 아팠고 심지어 다음 날 일상 생활하는데도 걸을 때마다 불편한 감이 남아있었다. 이럴 때 러너들은 불안감이 엄습한다. 아, 아파서 못 뛰면 어떡하지??


(여기서부터는 발가락, 발톱 얘기 등 조금 더러운 얘기가 될 수도 있으니, 비위가 약하신 분들은 안 읽으셔도 좋다)


아픈 발가락이 왼쪽 넷째 발가락이었고, 발가락을 자세히 보니 발톱이 좀 길었다. 유추해 보건대, 발톱이 길어서 뛰는 동안 발톱 끝부분이 신발 코부분에 계속 닿아서 발톱이 살에서 들리는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결국 발톱을 깎았고 며칠 지나자 불편한 감은 사라졌다.


나의 왼쪽 넷째 발가락으로 말할 것 같으면 작년 이맘때 영광의 상처가 생긴 그런 발가락이다. 첫 풀코스 도전을 앞두고 LSD훈련을 하던 날이었는데, 뛰는 도중에 비가 엄청 내렸다. 본의 아니게 우중런을 했고 아픈 발가락을 참고 뛰었는데, 다 뛰고 보니 발가락에 피가 나 있었다. 양말, 신발까지 피로 물들 만큼 말이다. 넷째 발가락 발톱에 피멍이 들었다. 선홍빛에서 시간이 지나니 검게 변해버렸다. 발톱을 빼야 하나, 빠지려나, 병원에 가려하나 별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나는 무서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선택했다.


사실, 나는 겁이 많은 사람이고, 병원에 가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그래, 발톱이 빠질 거면 알아서 빠지겠지, 굳이 일부러 잡아 뺄 필요가 있나 싶었다. 다행히 며칠 지나니 아프거나 하지는 않아서 그냥 놔두었고, 발톱은 결국 빠지진 않았다. 다만 까맣게 변했던 발톱 아랫부분 살이 굳은살(?)처럼 부불어 오르고 발톱이 약간 기형적으로 변했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정상의 모습으로 회복되려나 싶었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런 흉한 상태로 남아 있다.


이전까지는, 러닝 고수들의 SNS 포스팅을 보면서 발톱이 빠진다거나, 피멍이 든다거나 하는 걸 도무지 이해를 못 했는데, 나도 그런 꼴이 되어버렸다. 시간이 더 지나면 발가락, 발톱 모양이 정상으로 돌아오려나.... 그나마 다행인 건 딱히 아프거나 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냥 피멍이 들고 그 후 딱지가 생겼고, 내가 발톱을 뽑지 않아서 그 딱지가 굳은살이 되어 부풀어 오른 그 위로 계속 발톱이 자라고 있는.... 설명하자면 그런 상태 같다.


이거 말고도, 오른쪽 발바닥에는 굳은 살도 하나 있다. 이건 꽤 오래돼서, 언제 생겼는지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다만 굳은살이 꽤 딱딱하고 두꺼웠는데 그나마 조금씩 작아지고 보들보들해지고 있다는 사실.


러닝을 하지 않았으면 생기지 않았을 나의 영광의 상처들.

그래도 요즘엔 무릎이 아프다거나 장경인대가 아프다거나 하는 일 등은 별로 없어서 다행이다.

나름 나만의 러닝 자세가 안정적으로 만들어진 듯하다. 페이스를 급격하게 올리거나, 거리를 한 번에 크게 늘리지 않는다면 그런 부상들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영광의 상처는 있을지언정, 계속 뛰고 싶다. 꾸준히 뛰고 싶다.

아, 물론 앞으로 더 안 생기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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