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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이 24시간이 아니라고요?

by 존버헨리

며칠 전까지 이번 달 나의 러닝 누적 거리는 118Km였다.

올해 한 달 최고 마일리지가 130km이니까 12km 이상만 뛰면 올해 한 달 최장거리 러닝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오랜만에 20km를 달릴 생각을 하고 집을 나섰다.

밤 10시 30분이었고, 장거리를 뛰어야 하니 동네를 벗어나 잠실 한강 공원까지 다녀올 작정이었다. 그 루트 정도면 왕복 20km 정도가 딱 알맞게 된다. 그런데 막상 나가서 뛰니 더워도 너무 더웠다. 요즘 계속 덥고 습하고 밤에도 30도가 넘긴 했지만, 이 날은 컨디션도 별로였는지 뛰기 시작하자마자 <아,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뛰는 내내, 130km만 넘기면 되니까 13km만 더 뛸까, 아니면 신기록이고 나발이고 그냥 10km만 뛰고 들어갈까 내적 갈등을 겪으면서 뛰었다. 그렇게 뛰니 러닝에 집중도 안되고, 리듬도 못 타고 호흡도, 페이스도 엉망진창이었다.


양재천을 지나, 탄천을 지나, 한강이 보이고 잠실 쪽으로 진입했다.

순간 드는 생각이 <아, 올여름 한강에서 러닝하고 맥주를 마신 적이 한 번도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아니면 또 언제가 될지 모르니, 적당히 뛰고 잠실 한강 편의점에서 맥주 한 잔 마시고 버스 타고 집에 가야겠다고 결심이 섰다.


그렇게 남은 거리를 채우고 한강 편의점 앞에서 달리기를 멈췄다.

그런데 왜??

왜 편의점 문이 닫혀있는 것인가??

허탈했다. 지금 11시 30분인데, 편의점 24시간 아니었어??


급하게 스마트폰 지도 앱으로 다른 한강 편의점을 찾았다. 대충 700-800m만 더 뛰면 다음 한강 편의점이다. <둘 중 하나는 열었겠지, 설마 둘 다 닫았겠어?> 남은 거리를 다시 뛰어갔다.


여기도 문은 닫혀있었고 허탈하고 허탈했다. 집까지 다시 뛰어갈 수도 있었지만, 나는 지금 당장 맥주가 마시고 싶었다. 맥주 마실 생각하면서 남은 거리 열심히 참고 달렸는데, 편의점이 문을 닫다니.... 맥주는 마시고 싶고 버스 막차시간은 다가오는 것 같고 상황이 몹시 당황스러웠다. 결국 나들목을 지나 다시 버스 정류장 앞까지 뛰었다. 중간중간 버스 막차 시간과 편의점의 위치를 확인하면서..


결국 버스 정류장 앞에서 시원한 얼음컵과 맥주를 샀고, 벌컥벌컥 마시고 버스를 탔다. 다행이었다. 맥주도 마시고 버스도 탈 수 있어서... 한강은 아니었지만, 맥주를 마시겠다는 목표는 달성했다. 너무나도 꿀맛이었다.


분명 작년에는 잠실 한강 편의점에서 비슷한 시간에 맥주를 마시고 버스를 타고 집에 간 기억이 있다. 작년엔 맞고 올해는 틀린 것인가? 집에 오면서 스마트폰으로 두 곳의 한강 편의점 영업시간을 검색해 봐도 영업시간이 나오질 않는다. 사실 편의점은 24시간이니 영업시간이 보통 안 나오는 건가 싶기도 했다.


너무 궁금해서, 다음 날 편의점 고객센터(두 곳이 모두 같은 브랜드)에 전화를 해서 물었더니, 오전 8시부터 밤 11시가 영업시간이라고 한다. 그렇다. 편의점이 모두 24시간은 아닌 것이다. 이것저것 더 찾아보니, 잠원 한강 공원 편의점은 새벽 2시, 반포 한강 공원 편의점은 24시간이다. 이 두 곳도 각각 또 다른 브랜드이고, 네이버 지도 앱에 나와있는 영업시간이 그렇다는 얘기다. 네이버 지도에 적혀있는 영업시간만 보고 어딘가 방문했다가 낭패를 본 적이 몇 번있어서 100% 믿지는 못하겠지만 말이다.


보통 한강 공원 쪽으로 달리는 날은 내가 장거리 뛰는 날이고 급수가 필요한 날인데, 이렇게 편의점이 밤에 문을 닫는 줄 몰랐다. 밤늦게 장거리를 뛸 때 이제 잠실 쪽은 피해야 할 것 같다. 생각해 보면, 도심에서도 오피스 상권 밀집지역 같은 곳은 새벽에 문을 닫는 편의점이 종종 보인다. 편의점이라고 무조건 24시간이 아닌 것이다.


잠실 한강 공원에 밤 11시 이후에 가시는 분들,

먹을 것, 마실 것 다른 데서 사가지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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