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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러닝) 장래 희망

by 존버헨리

작업실 동료분이 러닝을 시작했다.

가끔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본다. 내가 뭐 고수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것저것 생각나는 대로 열심히 가르쳐주고 있다. 이게 뭐라고, 하루 종일 웃을 일도 없는데, 러닝 얘기만 하면 나도 모르게 얼굴에 찐 웃음이 만발한다. 아, 나 진짜 러닝 좋아하나...


그 동료분이 얼마 전에 마라톤 대회 신청을 했다고 한다. 아이 어린이집 학부모들과 함께 5km 동네 대회에 나가기로 했단다. 아, 어린이집 친구들 아빠들이랑 같이 러닝을 나가다니...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분명 그중에 나처럼 런치광이가 한 분쯤 있으리라 짐작이 된다. 어린이집 친구들 아빠들이랑 뛰는 대회이니, 당연히 아이들도, 엄마도(물론 엄마가 출전할 수도 있고) 같이 대회장에 나가서 응원도 하고 아빠의 뛰는 모습도 보면 좋은 추억도 쌓고 새로운 귀한 경험을 하겠구나 싶었다.


나도 마라톤 대회에 여러 번 참가해 봤지만, 매 번 혼자였다. 가족들을 부른 적도 없고 같이 뛰는 크루나 동료도 없었다. 물론 지금도 크루나 동료는 여전히 없다. 하지만, 나도 가족은 있지 않은가? 안 그래도 올 가을 JTBC마라톤 대회에서는 와이프와 아이들을 풀코스 결승선에서 나를 응원하라고 미리 일러두었다. 아빠가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고, 아이들에게 마라톤 대회가 이런 거구나하는 것도 좀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런데, 나 풀코스 뛸 수 있을까? 세 번째 도전이지만, 요즘 거리를 늘리지 못해서 사실 많이 걱정이 된다.)


작업실 동료의 마라톤 대회 소식을 들으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족들과 함께 마라톤 대회에 나가면 참 좋겠다는 생각말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아이들과 와이프 그리고 내가 같은 대회에 매년 나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 대회는 신청이 힘들고, 적당히 중소규모의 동네 대회에 5km 정도는 우리 가족 모두 함께 출전할 수 있지 않을까? 러닝을 전혀 하지 않는 아이들, 그리고 와이프도 5km 정도는 걷고 뛰고 하면 완주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완주를 못해도 상관없을 것 같다. 온 가족이 함께 출전하고 뛰고 즐기는 것만으로도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여기에 좀 더 오버해서 상상을 해보자면, 우리 가족의 Family tradion으로 발전시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매년 같은 대회에 출전해서 추억을 쌓는 그런 일 말이다. 아이들이 부모의 품을 떠나 성인이 되어서도 매년 마라톤 대회에서 만나서 같이 뛰고 뒤풀이도 하고 그러면 참 좋을 것 같다. 상상력을 좀 더 발휘해 보면, 아이들이 결혼해서도 배우자 그리고 손주들과 함께 매년 나와서 달리기를 즐기고 함께 좋은 추억을 쌓는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


물론 나만의 상상이다. 와이프에게조차 입밖에 꺼내질 못했다. 분명 싫다고 할 것 같아서 말이다. 집안에 러닝 하는 사람이 나뿐이니, 내가 이런 얘기를 한들 와이프나 아이들은 아마 시큰둥한 반응일 것이다. 나만 너무 혼자 김칫국을 마시고 있다.


평소에 러닝을 하지 않더라도, 5km 걷고 뛰는 정도는 와이프도 아이들도 할 수는 있지 않을까? 동네 적당한 대회가 있는지 한 번 알아보고, 와이프 몰래 온 가족 참가 신청을 해봐야겠다. 참가 신청을 했다고 하면,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설 수도 있고, 또 대회에 한 번 나가보면 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으니까...


너무 내 욕심인 것 같지만, 나에게는 참 즐거운 상상이다.

할머니가 될 때까지 뛰고 싶다는 러너, 80대에도 뛰고 싶다는 러너들도 많지만, 나는 온 가족이 함께 매년 뛰었으면 좋겠다. 언젠가는 손주 녀석들과 삼대가 함께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는 그런 멋진 날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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