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6대 마라톤 대회라는 것이 있다.
보스턴, 런던, 뉴욕, 베를린, 시카고, 도쿄 마라톤 대회를 가리켜 세계 6대 마라톤이라고 하는데, 최근에는 시드니 마라톤 대회까지 포함하여 세계 7대 마라톤 대회라고 불리고 있다. 내가 해외 마라톤 대회에 열정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서, 왜 이 대회들을 세계 메이저 대회라고 부르는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주워들은 바로는 보스턴 마라톤 대회는 아무나 참가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풀코스 공식 기록이 얼마 이상이어야 참가 자격이 주워진다. 나이별, 성별로 그 시간기록 이상이어야 참가 자격이 주어지며, 예를 들어 남자 40-44세의 경우 3시간 10분 이내의 완주 기록이 있어야 참가 자격이 주워진다.
나는 3시간 10분 이내에 뛸 수도 없을 뿐 아니라, 보스턴까지 날아갈 돈도 시간도 없다. 그리고 이게 참가 자격만 주워질 뿐, 이 중에서 또 추첨을 하는 것이다.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들었다. 쉽게 얘기해서 참가하고 싶다고 아무나 참가할 수 있는 그런 대회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8월 즈음에 SNS에 도쿄마라톤 참가 접수가 시작된다는 글을 봤다. 보스턴은 못 가도 도쿄는 나도 한 번 가볼까? 세계 6대 마라톤 중의 하나일 뿐만 아니라, 참가 자격도 따로 없다. 바쁘면 1박 2일로 어떻게든 갔다 올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도쿄에 사는 친구 녀석 얼굴도 한 번 보고 1석 2조 아닌가. 참가신청을 안 할 이유가 없어서, 8월 15일 참가 신청 접수가 시작되자마자 나도 접수를 했다.
도쿄 마라톤도 다른 메이저 대회들과 마찬가지로 추첨 방식이다. 추첨일은 9월 말. 인터넷을 찾아보니 경쟁률이 대충 10:1 정도라는데, 되면 되는 거고 아니면 말지...라고 생각했지만, 접수 후부터 자꾸 도쿄 마라톤 생각이 났다. 가면 어디서 잘까? 비행기표는 언제 사지? 1박 2일로 갈까 2박 3일로 갈까?
추첨일이 다가왔다. 지난주 금요일이 추첨일이었는데, 몇 시쯤에 추첨이 이루어지나 수요일즈음에 검색을 해봤다. 그렇게 검색을 하다 보니, 도쿄 마라톤에 참가했었던 어떤 분의 후기 글을 봤다. 추첨이 끝나고 숙소를 예약하려면 힘들다. 추첨 결과 나오기 전에 숙소를 예약하고 만약 당첨이 되지 않으면 숙소는 취소하면 된다고...
아... 나도 숙소 예약해야 하나? 어차피 무료 취소 가능하니 나도 숙소 예약을 했다. 도쿄 지리도 잘 몰라서, 여기저기 구글링을 하며 몇 시간 씨름한 끝에 한 호텔을 골라서 예약을 했다. 그것도 1박 2일 할까 2박 3일 할까 엄청 고민하다가 도쿄 마라톤 출발지 부근의 한 호텔로 2박 3일을 예약을 마쳤다.
과연 나는 당첨되었을까?
역시나 떨어졌다. 떨어지면 떨어지는 거지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떨어지고 나니까 기분이 별로 좋지가 않았다. 심지어 약간 짜증도 났다. 아, 이게 뭐라고.... 좀 나도 껴주지... 그렇게 낙첨이 되고 호텔은 바로 예약 취소를 했다.
그래도 몇 주간 도쿄 마라톤 대회 나가는 즐거운 상상을 하며 소소한 재미를 느꼈다. 역시 한 번 떨어지니 내년에 또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안되면 될 때까지 하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이번에 접수한 도쿄 마라톤 대회는 내년 2026년 3월 1일에 열리는 대회였다.
내년 여름엔 2027년 대회를 접수받을 것이다.
2027년엔 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