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맞이하는 러너(나)의 자세

by 존버헨리

작년 이맘때 브런치에 쓴 글이 있다.

연휴에는 달리기 루틴이 깨지기 쉽고, 게다가 명절 음식까지 많이 먹게 되니까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뭐 그런 내용의 글이었다.


올해 추석 연휴는 말 그대로 황금연휴다. 개천절과 주말을 포함해서 무려 7일 동안이 연휴이다. 한 달 후에 풀코스 마라톤 대회에 나가는 나로서는 마지막 LSD를 할 절호의 기회다. 지난 9월에도 바쁘다는 핑계로 LSD를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이번 연휴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35km LSD는 한 번 해줘야 한다. 연휴가 지나면 이제 테이퍼링을 해서 러닝 거리를 좀 줄여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연휴가 기니까, 35km 한 번 뛰는 것쯤은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연휴가 다가오고 이것저것 스케줄을 짜다 보니, 35km 러닝 넣을 시간이 만만치가 않다. 아버지 산소, 본가, 처가 각 하루씩 그리고 일요일엔 교회 가고 이것저것 하다 보니 <언제 뛰지?>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나도 좀 쉬고 싶은 마음, 늦잠 자고 싶은 마음도 있고 아침에 스케줄이 있으면 밤, 새벽에 늦게까지 뛰는 것도 부담스럽고 그렇다. 그냥 10km 1시간 뛰는 거면 뭐 진짜 매일이라도 시간 쪼개서 뛸 수 있을 것 같은데, 35km는 그렇지가 않다. 적어도 3시간 이상의 시간을 비워야 하니 말이다.


그래도 뛸까 말까 고민이 아니라, 언제 뛸까 고민하고 있는 게 나은 것 같기도 하다. 아마 마라톤 대회만 아니었으면 이렇게까지 뛰는 일정 때문에 고민하지는 않았을 텐데 약간은 스트레스로 다가오고 있다. 작년에도 풀코스 한 달 전에 35km를 뛰고 대회에 나갔다. 인터넷에서 적어도 35km는 뛰어보고 대회에 나가라는 글을 봤기 때문이다. 대회 나가기 전에 엄청 떨렸던 기억, 35km 진짜 힘들게 힘들게 밤부터 새벽까지 외롭게 뛰던 기억들이 새록새록하다.


아마도 이번 연휴에도 결국 밤, 새벽에 뛰게 될 것 같다. 장거리를 밤에도 뛰어보고 낮에도 뛰어보니, 장거리는 확실하게 해 떠 있을 때 뛰는 게 더 좋은 것 같다. 밤에 뛰면 좀 지겹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다. 어두워서 주변 풍경도 잘 보이지도 않고 사람도 별로 없어서 1시간 이상 지나면 꽤 지루하게 느껴지고 <아, 그만 뛸까?>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본다.


사실 지난달 29km 뛸 때도 더 길게 뛰려고 생각하고 나갔는데 지겨워서 29km에서 그만 뛰었다. 천천히 뛰니 생각보다 힘들지는 않았는데, 심적으로 더 이상 뛰고 싶지가 않았다. 새벽 1-2시 정도였고 여의도 한강공원 편의점 부근이 29km였고 여기서 급수와 보급을 할 예정이었다. 한 달 전의 날씨를 생각해 보면 꽤나 더운 여름 날씨였고, 여의도까지 뛰어가면서도 맥주 생각이 간절했다. 결국 지겹다는 생각과 맥주의 유혹 2단 콤보의 공격으로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서 마셨고, 여의도에서 첫 지하철을 타고 집에 왔다. 돌아오면서, 아 더 뛸걸 살짝 후회도 되었지만, 사실 29km를 뛰고 한강에서 마시던 캔맥주는 정말 꿀맛이었다.


반면에 낮에 뛰면, 주변 풍경, 사람들 구경도 하기 때문에 밤만큼 지겹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게다가 편의점도 대부분 열려있어, 급수나 보급도 훨씬 수월하다. 특히 늦은 오후부터 해질 때까지 뛰면 다이내믹하게 변하는 하늘을 볼 수 있어서 더욱 좋다. 러닝도 하고 사진도 찍고, 하늘 구경도 하고...


그나저나 연휴 날씨를 보니 계속 비소식이 있던데, 큰 일이다. 10km 정도 뛰는 거면 우중런도 상관없는데, LSD를 비 맞으며 하는 상상을 해보니, 별로 내키지가 않는다. 아, 안 그래도 스케줄 짜는데 스트레스받는데 날씨까지 도와주지를 않는다.


추석연휴 35km LSD러닝.

한다면 한다.

기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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