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춘애라는 이름을 기억하시는지?
임춘애라는 이름을 기억한다면 아마도 나처럼 40대 이상일 것이고, 생소한 이름이라면 나보다 젊은 세대일 것이다. 1986년 서울 아시안 게임에서, 여자 육상 800, 1500, 3000m 달리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사람이 바로 임춘애 선수다. 임춘애 선수라 하면 일명 <라면 소녀>로 불렸는데, 그 이유는 라면만 먹고 뛰었다고 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 나중에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라면만 먹고 뛴 것은 아니라고 하며, 가난했고 힘들게 운동했다는 말이 와전되어 그렇게 언론과 대중에게 전달되었다고 한다.
요즘 내가 달리기를 하면서 임춘애 그리고 라면이 생각난다.
그 이유인즉, 달리기를 하고 나면 배가 고픈데, 뭘 제대로 먹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풀코스 대회를 앞두고 월간 마일리지도 늘리고, 장거리 LSD도 가끔 하고 나름의 게으름 속에서도 최소한의 열심을 다해서 뛰고 있는데, 장거리를 뛰다 보니 평소 달리기 할 때보다 더 배가 고픈 느낌이다. 뛰고 나서도 배가 고프고, 일상생활 중에도 항상 배가 고픈 느낌이다.
러닝 하는 분들 중에는 식단도 열심히 짜서 영양 보충을 하시는 분들도 있고, 건강한 음식 위주로 식사를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나는 전혀 그런 부류의 러너가 아니다. 그냥 먹고 싶은 것 마음껏 먹는 그런 러너다. 맥주, 하이볼, 떡볶이, 라면, 삼겹살, 피자, 치킨 기타 등등.... 운동했으니 좀 맘껏 먹어도 살이 찌지 않을 테니 말이다. 내가 대회에 나가서 한국 신기록을 세울 것도 아니고, 나는 개인 PB기록 같은 것에도 크게 관심이 없다. 그냥 안 다치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달리고 싶을 뿐이다.
그런데 나한테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나에게는 와이프가 있고 아이들이 있다는 것. 이것이 왜 문제냐면 내가 뭘 먹으려고 하면 아이들도 먹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첫째 녀석은 빼빼 말라서 뭐라도 먹으면 다행이지만, 둘째 셋째 녀석은 요즘 군것질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지 과체중에서 비만으로 넘어가려는 그런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밥을 많이 먹어서 그런 거면 차라리 키가 크려나보다 하고 넘어갈 텐데, 밥은 잘 안 먹고 주야장천 간식만 먹는다. 특히 둘째 녀석은 요즘 라면에 완전히 빠졌다.
그래서, 뭘 먹으려면 와이프와 아이들 눈치가 보인다. 내가 먹으면 옆에서 아이들도 먹겠다고 아우성을 치니 말이다. 아..... 나는 먹고 싶은데.... 먹고 싶은데.... 아... 어. 쩌. 라. 고. 몇 번 고민하다가 결국 못 먹는 경우가 많고, 밤늦게 뛸 경우에는 나 혼자 조용히 먹기도 한다.
아이들이 더 아기였을 때도 과자 같은 걸 부엌 뒤 베란다에 숨겨두고 왔다 갔다 하면서 하나씩 집어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도 아이들이 과자 달라고 할까 봐 와이프가 아이들 앞에서 과자 먹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과자나 초콜릿, 탄산음료 같은 것들을 먹는 나이는 늦으면 늦을수록 좋은 것이다. 첫째 녀석은 초등학교 3학년인데 탄산음료를 먹게 해달라고 요즘 아우성이다. 친구들 중에 먹는 친구들이 있나 보다.
요즘 인터넷에서 본 이야기가 하나 있다. 러닝이 전국적으로 유행인데, 5km만 뛰면 식욕만 생겨서 막 먹게 되고 살만 찌고, 10km는 달려야 먹어도 살이 안 찐다고 말이다. 그런데 나는 요즘 20km도 뛰고 30km도 뛰고 있다. 뛰면서도 배고프고 뛰고 나서도 배가 고프고, 일할 때도 잠 잘 때도 배가 고프다.
나는 먹고 싶다.
나는 마음껏 먹고 싶다.
나에게 라면을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