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중랑구에 있는 병원에 다녀왔다.
러닝 할 때, 특히 장거리를 뛸 때 발등이 좀 붓는 느낌이 있어서,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았다.
Long story, short으로 말하자면, 나는 오른발에 더 무게 중심이 실리는 경향이 있어서, 오른발을 더 많이 쓰기 때문에 붓는 거라고 한다. 딱히 약물치료나 물리치료를 받을 정도는 아니라고.. 그 외에 왼발, 오른발 균형을 잘 잡을 수 있게 여러 가지 보강 훈련법등을 배워왔다.
오늘 하려는 얘기는 부상, 병원 얘기는 아니고, 한강 다리 얘기다. 어제 병원 진료시간이 오후 4시였고 진료가 끝나는 시간은 6시였다. 병원에 갈 때 차를 가져갈까, 지하철을 탈까 고민을 좀 하다가, 러닝 복장으로 가기로 결심을 했다. 갈 때는 지하철 타고, 올 때는 집까지 뛰어올 작정이었다.
병원에서 집까지 약 20-25km 정도 나올 것 같았다. 마라톤 대회가 약 열흘 남았으니, 대회 전 마지막 장거리 연습이었다. 새로운 곳에서 뛰는 것은 언제나 재미있다. 길을 잘 모르니 약간의 긴장감도 있고 설렘도 있다. 중랑천 중랑구 부분에서 시작해서 광진구, 성동구를 차례로 지났다.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영동대교를 건널까 하다가 성수대교에서 건넜다. 영동대교는 몇 번 건너봤고, 성수대교는 한 번도 안 건너 봤으니 오늘은 성수대교다. 천변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성수대교로 올라와서 야경도 좀 감상하며 사진도 몇 장 찍었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야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차 타고 지나가거나, 지하철 타고 지나다니면서 보는 야경이랑은 사뭇 느낌이 다르다. 또한, 한강 공원에서 보는 그 느낌하고도 뭔가 또 다르다. 일단 높은 곳에서 아래를 바라보니, 올림픽도로나, 강변북로에 차가 지나다니는 것도 볼 수 있고, 한강 공원에 산책하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 러닝 하는 사람들도 마치 드론에서 보는 것처럼 볼 수 있다. 아, 멀리서 보니 다들 아름답구나.
성수대교를 건너면서 생각했다.
아, 나는 한강에 있는 다리를 몇 개나 건너봤지?
일단, 잠수교 그리고 영동대교, 한강대교, 잠실대교 그리고 한강대교...
성수대교까지 하면 총 6개의 한강 다리를 건너본 셈이다. 모두 러닝을 하면서 건너본 다리들이고, 러닝을 하기 전에는 한강 다리를 걷거나 뛰어서 건너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장거리 러닝하면서 루트를 계획할 때, 처음에는 한강 산책로에서 쉽게 오르락내리락할 수 있는 다리들을 검색하고 그쪽으로 루트를 정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기분 내키는 대로 다리를 건넌다. 달리다 멈춰서 엘리베이터를 타기도 하고, 계단을 오르내리기도 한다. 초보 시절에는 달리다가 멈추는 게 무슨 죄짓는 것 마냥 피하고 싶은 일이었는데, 이제는 오히려 그 반대다. 다리를 건너면서 혹은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쉬는 게 오히려 좋다. 그냥 쭉쭉 뻗은 길에서 쉬면 뭔가 나약한 것 같고, 저런 상황에서 쉬는 게 오히려 합법적으로 죄짓는 그런 느낌이랄까? 장거리를 굳이 안 쉬고 뛸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다.
문득 생각을 해본다. 한강에 다리가 몇 개일까?
찾아보니, 서울시에 있는 한강 다리는 총 32개이며, 이 중 도로전용은 16개, 철도 전용은 4개라고 한다. 그렇다면 산술적으로 약 12개의 다리는 사람이 걷거나 뛰어서 건널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나는 사람이 건널 수 있는 한강 다리 중에 절반을 뛰어본 셈이다. 나머지 6개도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뛰어 보고 싶다.
얼마 전 장거리 러닝할 때 한강대교를 건너서 노들섬을 돌았다. 노들섬은 한강대교 중간에 있는 섬인데, 한 바퀴가 약 1.5km 정도이다. 바닥이 뛰기에 아주 좋은 느낌은 아니지만, 그래도 뛸만했고, 강변이나 다리가 아니라 한강 한가운데에서 뛰는 느낌이 나름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으신 분들 있다면, 추천한다. 참고로 11월 초부터 공사를 한다고 하니, 갈 수 있는 날은 며칠 남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