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대회가 며칠 안 남았다.
게을러진 탓에 올해 대회를 한 번도 못 나갔는데, 올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대망의 대회가 코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내가 출전할 대회는 JTBC 마라톤 대회로 2년 만에 출전하게 되었다. 2년 전 러닝 초보시절엔 10km 대회를 나갔었고, 이번엔 풀코스대회에 출전한다.
이번이 벌써 풀코스 세 번째 도전이지만, 그 부담감은 여전하다. 지난 한두 달 동안 월 마일리지도 좀 늘리고 장거리 LSD도 하기는 했지만, 42km를 뛰어본 게 1년 전이니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풀코스 마라톤 대회에 풀코스를 한두 달 이내에 뛰어보고 나오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모르긴 몰라도 많지는 않을 것 같다.
사실, 나는 작년 가을에 첫 풀코스를 완주하고 기록 욕심을 내려놨다. 풀코스를 완주했다는 그 성취감도 좋았고, 무언가 한 가지 목표를 완성한 느낌이었다. 거짓말처럼 기록 욕심도 사라졌고, 그냥 매년 풀코스 대회에 나가서 완주하는 그런 러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자리를 잡았다. 나이 들어서도 꾸준히 러닝을 하고 풀코스 완주를 하는 그런 나의 모습을 상상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기록이 조금씩이라도 향상되었으면 하는 그런 마음도 조금은 있었는데, 대회 날짜가 가까워지니 그런 마음이 조금씩 조금씩 커지고 있다. 사실 기록을 향상하고 싶으면 연습을 열심히 하면 되고 많이 뛰면 된다. 시쳇말로 <러닝은 정직한 운동>이라고 하는데, 나도 이 말에 동의한다. 월 마일리리 300-400km 아니면 그 이상이 된다면 더 빨라질 것이고 기록도 더 좋아질 것이다. 물론 다른 변수들의 영향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열심히 뛴 만큼, 더 많이 뛴 만큼 기록이 향상되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난달 마일리지가 160km로 다른 풀코스 러너들에 비하면 매우 적은 편이다. 사실 작년에도 이 정도 마일리지를 쌓고 풀코스를 완주했기 때문에, 딱 그 정도로만 마일리지를 채웠다. 물론 몇 주 전에 35km LSD를 비롯해 몇 번의 LSD를 해서 나름 대비를 하기는 했다. 기록이나 PB에는 별 관심이 없는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왕 뛰는 거 작년보다는 좋은 기록을 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대회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더 그렇다. 아 과연 가능할까?
그런 마음을 담아 대회 일주일 전인 주말부터 금주를 하고 있다.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왠지 그렇게 하면 뭔가 대회 당일날 퍼포먼스가 좀 더 좋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에 그렇게 하기로 결심했다. 막상 일주일 동안 맥주 한 모금 입에 대지 않으려니 더 먹고 싶어 지는 건 기분 탓일까?
그리고 요즘 밤마다 누워서 각종 마라톤 영상이나, 킵초계 같은 유명 선수들이 뛰는 자세 영상 등을 아주 열심히 보고 있다. 일종의 이미지 트레이닝 같은 느낌으로, 뭔가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말이다. 사실 러닝 자세라는 게 하루아침에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안보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다.
또, 요즘 내가 하는 것 중의 하나는 스트레칭이다. 나는 원래 스트레칭이나 준비운동, 그리고 마무리 운동 같은 건 바쁘다는 핑계로 잘하지 않는 편이데, 요 며칠사이는 스트레칭을 열심히 하고 있다. 자기 전에도 침대에 누워서 몸을 비틀면서 스트레칭을 해주고, 집에서도 철봉에 1분 동안 매달리기 등도 열심히 하고 있다. 턱걸이가 아니어도 철봉에 1분만 매달려 있는 것만으로도 척추뼈 등이 곧아지고 건강에 좋다는 글을 어디서 봤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대회 일주일을 남기고 아등바등한 게 대회 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기록이 더 좋아진다 한들, 그 이유가 이 필살기 덕분인지 아닌지 알 턱이 없을 것이고, 기록이 좋아지지 않는다 한들 이것 때문에 기록이 안 좋아질 이유는 없다. 뭐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밑져야 본전인 셈이다.
우연인지 아닌지, 매 번 대회에 나갈 때마다 기록이 조금씩 좋아졌었다. 10km 대회 때도 몇 분 혹은 몇 십 초라도 매번 기록이 향상되었고, 풀코스 대회도 첫 번째 대회보다 두 번째 대회 때 기록이 더 좋게 나왔다. 이런 게 심적으로 부담이라면 부담인데, 이번 대회에서 기록이 향상되면 좋은 것이고, 그렇지 않는다고 해도, 오히려 이런 징크스에서 탈출할 수 있어서 더 후련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기록에 연연하지 않는 러너인데도 이렇게 기록이 신경이 쓰인다. PB를 목표로 대회에 임하는 러너들은 아마도 나보다 더 예민할 것이다. 아무쪼록 대회에 참가하는 모든 러너들, 열심히 준비한 대로 모두 부상 없이 완주하고 그날을 즐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