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이든 아니든, 모든 루틴의 적은 바로 연휴가 아닐까?
매일매일 혹은 이틀에 한 번씩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일에 있어서 월화수목금의 평일과 토일의 밸런스가 깨지는 일은 매우 불편한 상황이다. 특히 러닝의 경우가 그러한데, 연휴에는 이런저런 바쁜 스케줄로 여차하면 러닝을 못하게 되고, 게다가 무언가를 평소보다 더 먹게 된다. 나만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아마 대부분 그럴 것이다. 그래서 러닝에 있어서는 연휴의 불쾌감은 다른 루틴에 비해서 두 배다. 러닝을 못하게 되는 것만으로도 불쾌한데, 게다가 평소보다 더 먹기까지 하니 말이다.
이번 추석도 마찬가지다. 지난주 토요일을 시작으로 5일짜리 연휴인데, 금요일 밤에 20km 러닝을 한 이후, 월요일인 지금까지 러닝을 아직 못하고 있다. 물론 이런 상황에 대비해서, 금요일 밤에 일부러 장거리를 뛰기는 했다. 참고로 나의 러닝 루틴은 일주일에 세 번 러닝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월요일인 오늘 러닝을 했어야 하는데, 그 리듬이 깨지고 만 것이다. 물론 밀린 숙제를 몰아서 하듯이 이틀 연속, 혹은 삼일 연속으로 러닝을 해도 되기는 된다. 그런데 나 같은 경우는 웬만해서는 이틀 연속, 삼일 연속으로는 러닝을 잘하지는 않는 편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근육의 회복시간을 고려하는 것도 있고, 굳이 따지자면 이틀에 한 번, 삼일에 한 번 뛰는 게 그냥 루틴처럼 되어 버렸다.
예전에 인터넷에 돌아다니던 웃긴 짤을 봤던 게 생각이 난다. 연예인, 일반인, 운동선수 통틀어 운동하면 바로 떠오르는 사람인 <김종국 짤>이다. 짤의 내용은 대충 이러했다.
누군가가 김종국에게 형은 맨날 4시간(사실, 정확한 숫자는 기억나질 않는다) 운동을 하냐고 물었는데, 김종국이 의외로 매일 그렇게 하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이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 매일 운동을 하는 건 아니구나라고 오해할만한 그런 짤이었다. 하지만, 그의 반전 대답은 일주일에 6일은 4시간, 하루는 4시간(헬스)+2시간(축구)을 한다는 기가 막힌 대답이었다.
그 짤을 보고 혼자 낄낄대고 웃었는데, 사실 그렇게 꾸준히 무언가를 한다는 건 정말 웃긴 일이 아니라 대단한 일이다. 러닝을 일주일에 이틀, 삼일 하는 나도 매 번 오늘 뛸까 쉴까 내적 갈등을 수도 없이 겪으니 말이다. 어찌 보면, 이틀에 한번, 일주일에 한 번보다 매일 무언가를 하는 일이 더 쉬운 일일지 모른다. 오늘 쉴까 말까 고민할 게 아니라 매일 밥 먹고, 매일 잠자는 것처럼 그냥 당연한 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종국은 이번 5일짜리 연휴에도 매일 운동을 했을까? 아마도 하지 않았을까?
왠지 러닝을 해야 하는 날인데, 하지 못하면 묘한 죄책감마저 느껴진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니고, 안 한다고 누군가에게 혼나거나, 꾸중을 듣는 일도 아닌데 말이다. 왜 그런 건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아마도 <꾸준히>에 답이 있는 것 같다. 꾸준히 하다가 루틴이 깨져 버리면, 다시 루틴으로 자리 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일이면 오히려 더 쉽겠지만, 정말 외부의 어떤 압력도 없이 오롯이 나의 의지로 하는 일, 그것도 안 해도 아무 상관없는 일이다 보니, 정말 의지가 강력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깨져버린 루틴을 다시 바로 잡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이다.
그래도, 러닝 인생 3년 차, 나름대로 꿋꿋이 수많은 연휴들을 잘 버텨왔다. 오늘은 사실 본가에 다녀왔는데, 아침에 출발할 때부터, 러닝화와 러닝복을 챙겨가서 낮에 잠깐 뛸까 수만 번 고민했다. 추석답지 않게 아직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서, 낮에 뛰는 건 좀 무리다 싶어서 결국 포기하고 오늘도 러닝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현재 내 기분은 몹시 찜찜하고 불쾌하다. 아마도 내일은 뛰어야 할 것 같다. 내일도 뛰지 않으면 더더욱 불쾌감이 상승할 것 같다.
살뺴려고 러닝 하는 것도 아닌데, 연휴에, 명절에 러닝도 안 하면서 평소보다 더 먹기까지 하면 기분이 매우 좋지 않다. 몸무게에 딱히 관심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체중계의 숫자가 늘어나는 일은 왠지 죄책감이 든다. 현대 사회가 만들어 놓은 잘못된(?) 가치관 때문인 건가.... 몸무게에 예민한 사람들은 아마 나보다 더 스트레스를 받을 듯싶다.
그래도 연휴에 러닝을 못했을 때는, 연휴 후에 보복러닝을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연휴에 못 뛰었으니, 못 뛴 만큼, 연휴 끝나고 더 뛰어야지하는 아주 바람직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사실 그렇지 않은가. 한 달에 100km를 뛰는 사람이 10km씩 10번을 뛰는 거랑, 20km를 5번 뛰는 거랑 다를게 뭔가?
아, 이런 잡생각을 하면서 글을 쓸 시간에, 나가서 러닝이라 할 걸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