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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버헨리 May 10. 2024

뛰면서 무슨 생각하세요?

뛰면서 무슨 생각해?


가끔 지인들에게 받는 질문이다.


나의 대답은 <그때 그때 다르다>이다.

살다 보면 피곤한 날도 있고, 기분 좋은 날도 있고, 멍한 날도 있지 않은가.

뛸 때도 마찬가지다. 뛰면서 이런저런 삶의 고민에 대한 생각을 할 때도 있고,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순간도 있고, 아무 생각 안 할 때도 있다.


비중으로 따진다면, 나의 경우는 단연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경우가 가장 많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아무 생각도 안 한다기보다는 <언제 끝나?, 아우 힘들어>같은 생각이 들 때가 가장 많다. 뛰다 보면 힘들어서 다른 생각은 아무것도 나지 않는다. 육체가 정신을 집어삼킨다고 표현하면 너무 과격한 표현일까? 1Km마다 들려오는 km당 페이스를 듣고, 뛴 거리를 듣고 <아 이제 5km밖에 안뛰었다고?> 혹은 <오! 페이스 오늘은 좀 빠르네?>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달린다. 물론 음성 안내가 아니어도 뛰면서 스마트 워치를 주구장창 보면서 거리와 페이스를 확인한다. 경험상 힘들거나 컨디션이 별로인 날일 수록 더 자주 본다. (보고 나서 드는 생각은 고작 100m밖에 더 안왔다고??)


예전에 읽은 책 중 <츠타야, 그 수수께끼>라는 책에서 츠타야의 설립자이자 저자인 마스다 무네야키는 러닝을 하면서 사업 생각을 한다고 했다. 동네 로드 러닝을 하면서 입지를 분석하고 사람들이 얼마나 다니는지 어떤 사람들이 그 길을 다니는지 확인한다고 했다. 아, 뛰면서 일까지 하다니, 무릎이 탁 쳐진다. 나는 뛰는 행위 자체가 고통이라 다른 생각은 잘 안 드는데 어떻게 저렇게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하는건지... 나도 무언가 멋지게 뛰면서 번뜩이는 사업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 노력도 해봤지만, 이게 그냥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었다. 천천히 뛰어서 신체적 고통이 좀 덜하거나 , 혹은 내가 자나 깨나 일 생각만 하는  일 중독자 정도되면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뛰면서 아무 생각도 안 하니까 러닝이 좋은 것 아닌가?

머릿속이 복잡할 때도, 머릿속에 떠나지 않는 고민이 있을 때도 뛰기 시작하면 대부분 잊힌다. 너무 힘들어서 머릿속은 하얘지고 온통 달리기 생각으로 가득 찬다. 나는 대부분 거리를 정하지 않고 뛰는 편이라, 뛰면서 초반에 그날의 내 몸상태나 컨디션을 확인하고 거리와 페이스를 조절한다. 뛰다 보면 <어 오늘 뭐 좀 되겠는데?>하는 날도 있고 <아 오늘 바람 너무 많이 분다, 5km만 뛰어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루 24시간 중 온갖 잡생각을 떨쳐버릴 수 있는 온전한 시간이 바로 달리기 하는 시간인 것이다. 헐떡이며 내뿜는 숨에 나의 고민도 생각도 일상도 모두 같이 내뱉어지는 느낌이다. 잡생각만 없어지는 게 아니라, 온전히 나만의 공간(물론 물리적인 공간은 아니지만)에서 내 몸의 반응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또 있을까 싶다. 혼자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나만의 시간, 공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 것이다.


글을 쓰다 보니, 문득 나도 다른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뛰는지 궁금해진다.

나 같은 사람이 아마도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말이다.


메타의 설립자 마크 저커버그도 러닝을 즐겨한다고 하던데, 그는 과연 뛰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사업 생각을 할까? 마라톤 선수들은, 킵초계는 무슨 생각을 하면서 뛸까? 러너스 하이를 느끼면서 뛸까?


안타깝게도 나는 러너스 하이를 느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러너스 하이는 못 느껴도, 아무 생각도 안나는 것만으로 나는 나의 러닝 생활에 만족한다.


영화 속 주인공이 여자친구와 이별하고 괜히 비 맞으면서 학교 운동장을 미친 듯이 뛰는 게 아니다.

그런 영화 만든 감독님들은 아마 러닝 좀 해본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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