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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버헨리 May 07. 2024

(지속 가능한)러닝의 3요소

요즘 러닝을 하는 사람이 참 많다. 러닝인구의 증가가 누군가는 기안84 덕분이라고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코로나로 인해,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을 못해 야외에서 운동을 해서 그렇다고도 한다. 사실 나도 COVID19가 한창 창궐하던 시기인 2021년 가을즈음에 러닝을 시작했다. 그때는 마스크까지 끼고 숨을 헐떡이며 러닝을 했다. 물론 기안84 때문도 아니고, 피트니스센터에 가지 못해서도 아니었다. 어차피 나는 육아에 메인 몸이라 피트니스에 갈 여건이 안된다.(핑계같습니다만...)


나는 러닝 크루에 가입해서 정기적으로 만나서 뛰는 그런 사람은 아니다. 일명 혼런족이다. 그 이유는 러닝크루에 가입하기에는 눈치 보이는 나이이며, 정기적으로 시간을 맞추어 모임을 갖기에는 나의 먹고사는 일이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도 내가 그 정도의 여유가 있었으면 러닝이 아닌 등산이나 테니스 등 다른 운동을 했을 것이다.


혼자 뛰다 보면 아무래도 동기부여나 하고자 하는 욕구가 여러 사람이 뛰는 것보다는 좀 덜한 느낌이 있는 것 같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마라톤 영웅 킵초계님 조차도 함께 뛰어야 동기부여도 되고 더 오래, 길게 뛸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상황이 안되는걸...


혼자 뛰었지만, 혼자 뛰지만 러닝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게 해 준 3가지가 있다. 그건 바로 러닝앱 / 음악 / 장비빨이다.


러닝앱은 사실 러닝을 하기 전부터 내 아이폰에 깔려 있었던 앱이다. 나이키 런클럽이라는 앱인데 흔히 NRC앱이라고 불린다. 아주 예전에 러닝을 몇 번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미리 깔아놨던 앱이다. 스마트폰 이전에는 러닝을 무슨 재미로 했을까 싶을 정도로 러닝앱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아마도 러닝앱 없이 러닝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내가 뛴 거리의 기록, 지도상의 루트, 평균페이스 등 숫자의 향연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를 뿌듯함과 다음에는 더 멀리, 더 빨리 뛰어야겠다는 근거 없는 각오까지 생긴다. 그리고 하루하루 쌓여가는 누적 마일리지를 보고 있으면 지금 막 러닝을 끝냈지만, 또 뛰어서 얼른 이번 달 100km를 채워야지 하는 생각까지 들기도 한다. 여기에 스마트 워치까지 있으면 심박수, 케이던스, VO2 max 등 운동을 하지 않았다면 뭔지도 모를 생소한 데이터까지 두루 보면서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지속 가능한 러닝을 가능하게 하는 또 한 가지는 바로 음악이다. 에어팟을 끼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달리면 기분이 좋다. 물론 아무리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뛰어도 기분이 별로인 날도 있고, 덜 힘든 것은 아니다. 그래도 음악을 들으면서 혼자 뛰고 있으면 가끔 마치 내가 영화 속 주인공인 듯한 그런 우쭐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 그리고 가끔 에어팟 배터리가 다 되어서, 음악이 툭~ 끊기는 날이 있다. 뛰다가 음악이 안 나오면 참 마음이 불편해진다. 뭔가 평온했던 마음에 불안이 엄습해 오고, 1분이 10분처럼 느껴진다. 가끔은 음악대신 내 발자국 소리, 숨소리 혹은 바람소리들을 들으며 뛰는 것도 좋지만 잠시뿐이다. 30분 이상 러닝을 할 때 음악이 없었다면 아마도 나는 지겨워서 영원히 30분 이상 뛰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은 AI가 큐레이션 해주는 음악들을 들으면서 뛰고 있지만, 처음 러닝을 시작했을 때는 손수 러닝 플레이리스트를 내가 만들기도 했고, 첫 대회에 나갈 때도 대회 때 들을 노래들을 장인정신으로 하나 하나 골라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러닝에 흥미를 붙여준 계기는 바로 운동화였다. 러닝을 21년 가을에 시작했고, 처음에는 집에 있는 운동화 아무거나 신고 뛰기 시작했다. 물론 이름은 나름 러닝화였다. 하지만 산지 몇 년 되어 쿠션감도 별로 없는 그냥 저렴한 가격대의 러닝화였다. 그렇게 몇 달을 뛰었는데 와이프가 러닝화를 생일 선물로 사줬다. 물론 러닝화를 사라는 와이프의 미션이 떨어졌고, 러닝화는 내가 직접 골랐다. 그전까지는 러닝화의 세계가 이렇게 심오하고 우주만큼 넓은 줄 몰랐다. 물론 그때도 잘 몰랐다. 그냥 적당한 가격대(너무 싸지도 비싸지도 않은)의 예쁜 러닝화를 하나 골랐다. 새로운 러닝화가 생기니 더더욱 뛰어야겠다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와이프가 열심히 뛰라고 러닝화까지 사줬는데 몇 번 뛰다가 안 뛰면 내 체면이 말이 아니지 않은가...게다가 새로 산 러닝화는 전에 신던 러닝화랑은 다르게 쿠션감이며, 가벼운 중량이며 정말 뛸 기분이 마구 들 정도로 느낌이 좋았다.


내 생일은 겨울인데, 그래서 결국 그 추운 겨울에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나가서 칼바람을 맞으며, 추위에 맞서며 달리기를 했다. 아마도 운동화가 아니었으면, 몇 번 뛰다가 추운 날씨에 굴복하고, 러닝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역시 인생은 장비빨이다. 무언가 돈을 들이면 본전 생각이 나기 마련이다. 그 후로도 런태기가 올 때마다 이것저것 동기부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사는 것이라고 정신승리를 하며 이것저것 사고 있다.


러닝앱이 없었다면...

음악이 없었다면...

새 러닝화가 없었다면...


지금도 뛰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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