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다가 체크카드를 떨어뜨렸다

by 존버헨리

며칠 전에 러닝 하다가 체크카드를 잃어버렸다.


보통은 러닝벨트에 비상용 체크카드를 넣고 뛰는데, 나는 겨울에는 러닝벨트를 하지 않는다. 이유인즉, 바람막이나 패딩 재킷을 입으면 주머니가 많기 때문에 굳이 러닝벨트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아이폰과 체크카드 한 장 정도 넣고 뛰는 게 크게 걸리적거리는 느낌은 아니다. 정신 바짝 차리고 진지 모드로 힘들게 뛸 때는 걸리적거릴 수도 있겠지만, 설렁설렁 펀 런하는데는 크게 불편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오히려 러닝 벨트에 지퍼 열고 닫고 아이폰 넣다 뻈다 하는 것보다 재킷의 옆구리 포켓에서 아이폰을 꺼냈다 뻇다 하는 게 훨씬 편하다. 나는 중간중간 셀카도 찍고 풍경도 찍고 뭐 그렇게 뛰고 있다.


애플 페이, 삼성 페이, 네이버 페이, 카카오 페이 등등 각종 페이 춘추 전국 시대이지만 나는 실물 카드를 항상 비상용으로 가지고 나간다. 아이폰 배터리가 방전될 수도 있고(실제로 그런 적이 여러 번 있다), 긴급하게 버스나 지하철을 타야 할 경우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대중교통으로 집에 와야 한다던지, 갑자기 폭우가 쏟아진다던지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얼마 전에도 러닝을 하러 나갈 때 체크카드를 한 장 챙겨나갔다. 집에 돌아올 때 편의점 들려서 콜라를 사 와야지... 하면서 말이다. 저녁을 먹고 후식도 야무지게 먹어서 꽤 배가 불러 있었다. 카드를 재킷 주머니에 넣으면서 뭔가 느낌이 싸하기는 했다. 잃어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잠시 스쳤고, 뛰면서 중간중간 주머니에 손을 넣어서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보통 때 같으면 겨울용 레깅스, 그 위에 반바지를 입고 반바지 뒷 주머니에 카드를 챙겨 넣는다. 반바지 뒷주머니에는 찍찍이가 있어서 쉽게 잃어버릴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날 따라 뒷주머니에 넣는 게 귀찮게 느껴졌고 그냥 재킷 옆주머니에 아이폰과 함께 넣고 나간 것이다.


그날은 천변에서 안 뛰고, 동네 인도에서 설렁설렁 뛰었는데, 횡단보도에 멈춰 설 때마다 아이폰 꺼내서 사진도 찍고 NRC앱도 보고 그랬다. 이것도 여름이면 반팔을 입어서 애플 워치고 거리나 페이스를 확인하는데 겨울에는 옷을 껴입으니 옷소매를 올려서 애플 워치 보는 것도 꽤 귀찮다. 게다가 장갑까지 끼고 있으니 여러 겹의 옷의 소매를 들어 올려 워치를 보는 게 쉽지 않다. 그리고 장갑 낀 채로 다니 옷소매를 내리는 일은 더더욱 성가시다. 그런 연유로 아이폰을 자주 꺼내서 보는데, 결국 체크카드를 잃어버렸다.


3km 남짓 뛴 지점에서 횡단보도에서, 여느 때처럼 아이폰 꺼내서 페이스, 거리 확인하고 아이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고 횡단보도 파란불에 뛰면서 주머니에 손을 넣어서 카드가 잘 있나 확인을 했는데 카드가 없다. 있어야 될 체크카드가 없다. 하.... 횡단보도를 반쯤 뛰다가 다시 돌아와 멈춰있던 지점을 요리조리 살피며 카드를 찾아봤는데 도무지 보이질 않았다. 카드를 사용하면 바로바로 문자 알림이 오는 요즘 같은 세상에 카드 떨어졌다고 누가 집어 갔을 것 같지는 않고 해서, 왔던 길을 다시 돌아서 뛰었다. 바닥을 요리조리 살피며 뛰었다.


집까지 왔는데도 카드를 못 찾았다. 아... 어쩌지.. 포기하고 카드 다시 신청할까. 그래도 당장 카드가 없으면 불편하고, 다시 신청하고 받는 일도 꽤 귀찮은 일이다. 혹시 내가 집에 카드 놓고 나갔는데 가지고 나간 걸로 착각한 건 아닌지, 집안을 한 번 체크를 하고 자전거를 타고 다시 나갔다. 집안에는 카드가 없었고 내가 가지고 나간 게 분명했다. 자전거로 다시 뛰었던 길을 쭉 따라갔다.


결국 내가 카드 잃어버린 걸 인지한 바로 그 횡단보도 근처에서 카드를 찾았다. 횡단보도 기다릴 때 아이폰을 꺼내면서 카드가 떨어진 게 분명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내가 서있던 자리, 지나가던 자리가 아니라 조금 떨어진 곳에 카드가 떨어져 있었다. 아, 바람에 날아가기라도 한 걸까.. 아무튼 찾아서 너무너무 다행이었다. 이렇게 추운데 자전거까지 타고 나왔는데도 못 찾았으면 더 억울할 뻔했다.


이번 일로 또 하나 배웠다. 다음부터는 꼭 지퍼나 찍찍이 있는 주머니에 넣어야겠다. 아이폰 케이스에 카드 포켓 있는 거라도 하나 사야 하나. 나만 그런 거 안 쓰는 건가 모르겠다.


이번 사건으로 또 하나 느낀 게 있다.

추운 겨울에 뛰는 일은 자전거 타는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

자전거 타는데 손은 손대로 시리고 발은 발대로 시리다. 뛰는 것보다 힘은 덜 쓰고, 더 빠르게 달리니 더 추운 게 어쩌면 당연한 게 아닐까 싶다. 자전거를 한 번 타보니, 겨울에 뛰는 게 자전거 타는 것보다 백배는 따뜻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카드를 찾아서 아무튼 다행이다.

다시는 잃어버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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