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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버헨리 May 17. 2024

바빠서 못 뛴다는 말

대한민국에서 바쁘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너도 바쁘고 나도 바쁘다. 할머니, 할아버지도 바쁘고, 학생도, 어린이도 다 바쁘다. 안바빠서 운동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바쁘지만 하는 것이다.


러닝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그렇다. 아, 나는 바빠서.. 할 시간이 없어서...

나도 아직 런린이지만, 나도 주변 사람들에게(특히 운동을 시간이 없어서 못한다는 분들께) 적극적으로 러닝을 권유하고 있지만 나의 권유로 러닝을 시작한 사람은 아직 단 한 명도 없다. 관심은 보이고 러닝앱은 깔고, 러닝화를 검색하기까지만 하지 실제 행동으로 러닝을 실천으로 옮긴 지인은 아직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다들 바쁘다는 핑계 때문이다. 이번 일 바쁜 것만 끝나면... 날씨 좀 풀리면.... 감기만 다 나으면...


나는 유치원,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셋씩이나 둔 맞벌이 부부의 가장이다. 나는 자영업을 하고 와이프는 직장인이기 때문에 내가 아침에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내가 칼퇴를 해서 아이들을 본다. 와이프는 직장인이라 하루가 멀다 하고 야근을 한다. 나는 오히려 바쁘기 때문에 러닝을 시작했다. 다른 운동은 러닝에 비해 훨씬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헬스장도 그렇고 테니스, 골프도 그렇다.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가야 하고, 문 여는 시간 문 닫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내가 처음에 러닝을 하기로 결심을 하고 뛰기 시작한 시간대는 아이들을 재운 후 밤 10시 정도였다. 대부분의 헬스장은 10시 11시에 문을 닫고, 끝날 시간에 가면 청소하는 분들에게 좀 눈치가 보인다.(내가 소싯적에 다녀본 곳은 그랬다) 뛰고 들어와서 샤워하고 언제 자냐...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나가서 뛰어보니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누구나 그렇듯이 처음엔 너무 힘들어서 10분도 못 뛰었다. 평소에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대한민국 평균 20~60대 체력기준 아마 대부분 그럴 것이다. 운동하는데 10분, 샤워하는 시간 10분(?)이면 충분하다. 문 열고 나가자마자 뛰었을 때를 기준으로 말이다. 어딘가 걸어가서 뛰는 시간, 준비운동, 마무리운동 시간은 일단 논외로 하겠다. 이건 사람마다 조금은 다를 것이고 나처럼 아파트 문 나가자마자 뛰기 시작하고, 준비운동도 거의 안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30분을 뛴다면, 1시간을 뛴다면 준비운동이 필요하겠지만 10분을 뛰는 데는 그리 많은 준비운동은 사실 필요가 없을 것이다.


아이들을 재우고 나가서 뛰어야 하는데, 아이들이 말처럼 딱 10시에 쉽게 잠이 드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어떤 날은 10시 30분에 자고 어떤 날은 11시에 잔다. 그런 날은 나도 좀 고민이 된다. 11시에 나가서 뛰면 시간도 그렇고 밤도 좀 으슥해서 무섭기도 하고 말이다. 여기서부터가 의지의 문제다. 나가느냐 마느냐. 물론 나도 나간 날도 있고 못 나간 날도 있다. 나는 의지력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달리기를 3년째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이런 수많은 번뇌와 갈등은 반복된다. 오늘은 피곤하니까 내일? 오늘은 비 오니까 내일? 오늘은 추우니까 내일?


나도 항상 달릴까 말까의 결정장애 속에 살고 있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2-3번은 꼭 뛰자는 루틴은 그럭저럭 지키고 있다. 바빠서 못 뛴다는 분들은 이렇게 횟수 혹은 일주일에 거리를 정해서 목표를 완성하는 것도 의지력을 향상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SNS를 하다 보면, 출근런을 하는 분들도 있고 퇴근런을 하는 분들도 있다. 실제로 나도 며칠 전에 백팩을 메고 퇴근런을 하는 분을 직접 목격했다. 걷다가 잠깐 뛰는 걸 수도 있겠으나, 러닝 조끼에 물통까지 찬 걸 보면 그는 분명 뛸 목적으로 뛰고 있는 게 분명해 보였다. 시간은 없지만 의지력이 있는 이런 분들도 있다.


나는 꼰대가 아니다. 뛰기 싫은 사람에게, 운동하기 싫은 사람에게 절대 강요하지 않는다. 만나는 사람 중에 달리기 혹은 운동에 관심을 보이는 분들에게만 러닝 전도를 한다.


이 글을 쓰면서 친구 녀석 한 명이 생각났다. 내 초등/중등 동창인데, 위에 언급한 러닝/운동에 관심을 많이 보이는 평소 전혀 운동을 하지 않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러닝의 좋은 점, 동기 부여 등등에 관해 일 년이 넘게 얘기하고 있지만, 아직 러닝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러닝화는 아웃렛에서 하나 샀다고는 했고, 러닝앱은 깔았다고 하는데 아직 러닝 했다는 소식은 들은 적이 없다.


이번 회사 프로젝트 바쁜 것만 끝나면 뛸 거라는데.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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